정호준의 별 이야기_120

▲ 정호준 해달별 천문대 관장

별까지의 거리가 가까울 때는 삼각층량법, 삼각측량법으로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천체의 거리를 알아내기 위해선 다시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하는 방법, 그보다 먼 천체는 초신성의 광도를 이용하는 방법 등 점점 먼 거리의 천체를 측정하는 방법이 차례로 발견되면서 130억년의 거리까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도 실제로 그만큼 멀리 있는 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면 소용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거리측정법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배경에는 보다 먼 천체로부터 오는 빛을 잡아내는 관측기술의 진보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천체망원경의 역사입니다. 네덜란드의 안경점 직공 한스ㆍ리페르셰이가 통의 양끝에 2개의 렌즈를 붙여 세계 최초로 망원경을 제작한 것이 1608년 입니다. 그 후 보다 멀리 그리고 보다 깨끗하게 보기 위해 당시 최고의 기술을 집결해 보다 고성능의 망원경이 개발됐고, 그와 함께 인류의 ‘눈’은 보다 멀리 도달하게 되었고, 새로운 발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지상에는 구경 8m급의 대형 망원경, 우주공간에는 허블망원경 등이 설치되어 가동되고 있으며, 인류는 100억 광년이 넘는 거리를 사정권내에 두고 있으며,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X선 등 다양한 파장대로 광범위하게 우주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허블우주망원경은 131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찾아내는 등 거의 매년 새롭게 기록이 경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지구에서 가장 멀다고 알려진 천체는 무엇일까요? ‘천체물리학 저널’지 2012년 12월호에 게재된 보고서에 의하면 ‘MACS0647-JD’로 불리는 은하입니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허블우주망원경과 스피처적외선망원경, 그리고 자연 발생하는 우주의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이처럼 먼 은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지구에서 133억 광년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현대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137억년 전에 빅뱅에 의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 은하의 특징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주 탄생으로부터 불과 4억년 만에 탄생한 원시은하라는 것입니다. 137억 살이라는 우주의 연령으로 볼 때 4억 살 때라는 것은, 인간의 수명과 비교해보면, 아장아장 걷는 갓난아기 수준일 것입니다. 이렇게 태어나 얼마 되지 않은 우주의 모습이 관측된 것입니다.

“어떻게 과거의 우주가 보이는 거야?”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을 볼 때, 그 별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예를 들어 10억 광년이라 하면, 지금 보고 있는 빛은 10억년 걸려 우주를 날라와 지구에 도달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10억년 전 빛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그 별의 10억년 전 모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 별이 지금 이순간 갑자기 없어졌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우리는 10억년 후에 알게 됩니다. 이런 시간차가 있으므로, 망원경으로 관측한다는 것은, 타임머신으로 우주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먼 천체를 관측하면 할수록 그만큼 오래된 시대의 우주와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은 우주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으로부터 137억년 전의 빅뱅과 동시에 별이 탄생 했을 수가 없고, 별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수 억년 후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먼 천체로 기록된 133억 광년은 관측 가능한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멀리 보게 될까요?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