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 쉴만한 물가

▲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개화(開花)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니 사방천지가 흐드러지게 꽃이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싸리꽃, 모두가 꽃이다. 봄꽃들도 새로운 세상이 그리웠나 보다. 세상의 흐름이 이제는 꽃피워야 할 때라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처럼…

봄꽃은 대부분 화려하다. 추위를 이기고 피어서도 그렇고, 유난히 잎이 피기 전에 피는 꽃이 많아서도 그렇고, 군집을 이뤄 피기에 또 그렇게 보이나 보다. 그러다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릴 때쯤엔 또 금새 꽃잎을 떨구고 새 잎으로 옷입기도 한다. 잠시 피기 위해서 혹독한 겨우내내 앙상한 가지에서 꽃을 품었을 시련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따뜻한 봄기운이 무르익어 갈 때 마침내 꽃나래를 펼 수 있었으리라. 그렇게 무르익고 피어야 할 땐 피워야 한다. 간혹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생채기가 나더라도 너도나도 피워 주어야 그렇게 봄을 맞이하고 열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도 있겠지만 꽃이 피니 봄이 온다고도 하지 않던가!

개헌(改憲)

1948년 제헌 헌법이 공표 된지 올해로 70년이 되었다. 그동안 부분 수정이나 발췌 개헌등을 통해서 많은 개헌이 이뤄졌다. 역사의 흐름이 개헌의 필요성이 무르익어서 개헌한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권력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독재와 이기(利己)를 위한 개헌이 대부분이었다. 69년 3선 개헌이 그랬고, 72년 유신헌법이 그랬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있었지만 여전히 국민을 위한 개헌이기보다는 마지못해 개헌하는 경우들이 허다하고 대부분은 부분적으로 권력의 누수 없는 개헌이 대부분이었다.

무르익었다. 다시 제대로 된 꽃을 피울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해방 후 엄연한 내정간섭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이뤄진 개헌으로부터 시작해서 친일의 역사가 청산되지 못한 가운데 만들어진 헌법과 독재와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들은 모두 삼권분립이나 주권이 국민에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법위에 군림하는 권력에 의해서 법은 항상 고무줄처럼 아는 이들의 전유물로 이용되고,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항상 삶을 옭아매는 껄끄러운 걸림이 되는 것들이었다. 오죽하면 법을 아는 이들은 법을 어기고, 법을 모르는 국민은 오히려 법을 지키도록 강요되고 있다 하지 않던가?

민주국가에 합당한 제대로 된 건강한 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잘못된 역사적 산물로서의 법들은 개헌(改憲)되어야 한다. 부분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며 그렇게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국민의 수준도, 사회적 구조와 흐름도 이제는 이전보다 더 성숙해지고 성장했고, 무엇보다 소통의 도구들이 너무도 다양하기에 밀실에서 몇사람에 의해 은밀하게 진행되지 않고 충분히 바람직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는 시기이다. 여전히 개헌의 걸림은 당리당략에 빠져서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구태를 자행하면서도 자신들이 누리며 군림해 온 것들을 놓치기 싫어하는 꼰대같은 정치인들이 문제다. 하지만 그네들도 사방천지에서 피어나는 봄꽃같은 요구와 흐름 앞에서는 꽃샘추위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개국(開國)

재조산하(再造山河) 라 했던가? 한 두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 두 사람만이라도 시작할 수는 있는 일이고 시작해야 되는 일이다. 다만 그 시작이 투명하고 깨끗해야 하며, 방향과 목적이 참되고 바름이어야 한다. 이제는 어린 백성이 아닌 성숙한 국민이 그것을 보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걸림이 되는 이들이 여전히 바지가랑이 붙잡고 물듯 강짜를 부리고 있지만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하는 최후의 수단같은 발광으로 그네들도 자신들이 한계에 있음을 알기에 그런다고 보며, 얼르고 때로는 단호하고 엄하게 진행해 가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들려오는 뉴스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일어나는 일들보다 훨씬 더 많고 빠르게 매일매일 일어난다. 마치 인터넷의 속도처럼 그렇게 급변하는 상황의 연속이어 어지러울 정도다. 이번 봄은 그래서 더욱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할 4월의 아픔들과 지난 수일 동안에 진행된 외교적 상황과 통일에 대한 희망과 경제적인 파고, 그리고 정리되어야 할 적폐와 가려진 것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무르익어서, 그리고 필요에 의해서 바르게 개선되는 시대를 바라보며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의 역할도 생각하며 이후로 열어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를 봄꽃들 속에서 조심스레 품어 보고 꿈꾸고 있다면 그것도 욕심이고 사치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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