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츠 전도사 정진선 교사

축구 포기라는 절망 딛고 고향서 키우는 새 꿈

여간 반가운 얼굴이 아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보았으니 1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세풍초등학교 다목적 체육관에서 아이들과 수업 중인 정진선(25) 방과후 교사와의 인연이 그렇다는 말이다.

▲ 뉴스포츠 전도사 정진선 교사

정진석 교사를 처음 본 게 태권도복을 입은 짧은 머리의 초등학생이었다.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던 아이는 개중에도 격투기 등 격렬한 운동을 좋아했다. 치마를 입는 건 질색인데다 긴 머리도 싫어해서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보다 ‘야무지다’라는 게 그의 첫인상이었다. 또래의 다른 여자와는 달리 예쁜 인형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더니 뒤늦게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로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다소 느닷없는 결정에 고집과 회유가 맞섰지만 결국 다니던 백운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난 뒤 전남 유일의 여자축구부가 있던 광양여고 1학년으로 새롭게 입학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을 덮었다.

부모는 딸아이의 선택을 막지 못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어머니는 끝까지 반대했지만 아버지는 딸의 선택을 존중했고 축구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 됐다. 당시 아버지는 딸이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딸의 선택을 믿고 밀어주었다. 곽태휘도 고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며 고집을 부리는 딸의 뜻을 결국 꺾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딸에게 정식 테스트를 제안했다. 딸도 “정정당당하게 평가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지인을 통해 광양여고 축구부에 테스트를 요청했다. 스피드 등이 남달랐던 딸은 결국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다들 초등학교, 적어도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친구들 앞에서 주눅이 들만도 한데 그는 친구들을 보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했다. 처음 합숙생활도 잘 적응하면서 실력은 일취월장 늘어났다. 2학년 때부터는 심심찮게 주전을 꿰찼고, 당시 광양여고는 여왕기 준우승을 거머쥐는 등 여자고교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유급한 선수는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신설된 규정 때문에 3학년 내내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임에도 그는 결국 국내 여자대학축구 명문인 한양여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시련은 언제나 행복한 틈을 타고 들어왔다. 훈련 중 골반뼈 골절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이다.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실업팀에 진출해 한국여자축구의 기둥이 되고 싶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절망스러운 시절이었지만 정 교사는 좌절 대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섰다. 새로운 스포츠를 보급하고 확산하는데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뉴스포츠를 학교를 통해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방과 후 교사가 됐다.

정 교사는 “처음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 가장 소중하게 품고 있던 꿈이 무너진 만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항상 격려해주시는 부모님과 동료들의 위로 속에 새롭게 길을 찾은 게 뉴스포츠”라고 말했다.

뉴스포츠란 기존에 대중적으로 즐기고 있는 스포츠를 안전하게 변형하거나 새로 결합해 만든 스포츠다. 크게 육상형, 해양형, 산악형, 항공형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에는 약 50여 종의 뉴스포츠가 보급돼 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종목도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쉽도록 개량된 스포츠인 만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게 뉴스포츠의 장점”이라며 “격렬한 운동에 비해 안전하다는 장점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스포츠다. 추크볼, 킨볼, 플로어볼, 넷볼, 스포츠 스태킹, 핸들러, 바운스볼, 소프트 발리볼 등 종류가 다양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포츠지도자 자격증과 0000자격증을 갖춘 정 교사는 앞으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해 자신의 영역을 좀 더 다양화할 생각이다. 지금도 축구를 놓지 않고 동호회 활동도 열심이다. 족구는 요즘 새롭게 즐거움을 느끼는 종목인데 타고난 운동신경 탓인지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정 교사는 전남 드래곤즈 정구호 홍보마케팅실 부장의 딸이기도 한데 콩 심은데 콩 난다는 옛말은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