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26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은 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질문이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사물을 3차원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4차원 이상의 세계는 감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이론상의 개념으로 간신히 납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에는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작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 하면 마치 선문답처럼 알 듯 모를 듯 모호 해지고 맙니다.

현재 유력하게 인정되는 학설은 “우주는 무(無)의 떨림에서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무(無)”라는 것은 진공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들이 직감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없는 세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과 공간의 구별조차 없는 세계에서 무(無)와 유(有)의 상태가 번갈아 가며 나타났다 사라지듯이 양쪽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37억년 전 “무의 떨림”이 갑자기 떨림을 멈추고 유(有)의 세계로 돌아서며 시간이 생겨났고, 우주가 시작됐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와 유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 다는 개념이 좀 모호하죠?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수면 위쪽에는 물방울, 수면 아래쪽 물속에는 기포(공기방울)가 생깁니다. 물방울도 보이는 것이고 기포도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입니다.

이번엔 그 물방울이 수면으로 떨어져서 수면으로 올라온 기포와 만나면 서로 사라집니다. 이것이 “무”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우주는 대량의 광자, 양자, 중성자, 전자 등 소립자가 초고온, 초고밀도로 무질서하게 뭉쳐진 하나의 “점(点)” 상태였습니다. 그것이 폭발적으로 팽창을 시작했고, 현재와 같은 우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유명한 “빅뱅이론” 입니다.

그러면 빅뱅 순간에 별이 생겨났을 것 같지만,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탄생 직후의 우주는 방금 생겨난 공간과 흐르기 시작한 시간이 있었을 뿐 “불 투명한 세계”였습니다. 탄생 직후는 1,000억K라는 상상할 수 없는 초고 온이었기 때문에 모든 원자는 플라즈마 상태였고, 물질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후 긴 시간 동안 우주가 식어가며 38만년 후에는 온도가 약 3,000K 정도로 내려갔고, 드디어 수소와 헬륨 원자가 생겨났습니다.

사실 탄생 직후의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빛이 전자와 상호작용으로 산란되어 직진할 수 없었는데,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해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지며 비로소 빛이 직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빛이 직진된다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보이게 됐다는 것입니다. 비로소 보이는 “투명한 우주”가 된 것입 니다. 이것을 과학자들은 “우주의 개임”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방출된 빛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우주마이크로파 배경 복사”라는 것입니다.

즉, 이 원시우주의 초기에 방출되어 137억년 걸려 지구에 도달한 빛을 벨연구소의 전파 과학자 두 사람 펜지어스와 윌슨이 관측한 것입니다.

“우주의 개임” 시 3,000K로 높았던 우주의 온도는 137억년 동안 우주가 팽창하며 현재는 2.735K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우주마이크로파 배경 복사”는, 우주가 과거에 초고온에 초고밀도 상태였고, 그 후 우주가 팽창 함에 따라 온도가 내려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빅뱅이론의 중요한 증거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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