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야성의 부름’을 읽고 ㅡ

▲ 용강 중학교 3학년 김유민

친구야, 안녕! 벚꽃이 분홍으로 세상을 물들이더니 서서히 연둣빛잎들이 등굣길을 안내해주는 화장한 날씨의 연속이야.

얼마 전에 내가 책 한 권을 읽었는데 너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 ‘야성의 부름’ 이라는 책인데, 잭 런던이라는 미국 작가의 소설인데 읽고 나서도 책의 내용이 마음에 남아 있고 네 생각이 났어.

이 책의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늑대개 ‘벅’ 이야. 벅은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골드러시(새로운 금 산지를 발견하여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몰려드는 현상) 때문에 판사의 저택에서 평화롭게 살다가 납치되어 썰매개로 팔려 나갔어. 벅은 편안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북부의 추운 지역에서 엄청난 노동이 요구되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어.

하지만 벅은 매우 차분하고 똑똑해서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을 깨달았어. 자신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결국 곤봉을 든인간은 이길 수 없다는 거지. 야생에서 초보였던 벅은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 서서히 단련되어 가며 내면 깊은 곳에 잠자던 야성을 되찾게 되었어.

친구야, 나는 이 작가가 개를 주인공 으로 삼은 이유를 알 것 같아. 원래 야생적 본능을 갖고 있다가 문명에 익숙해진 동물로는 개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인 것같아.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딱인 그곳 생활에서 아무리 문명에 익숙해져 있던 벅이라도 생존하기 위해 당연히 야성을 일깨울 수밖에 없었을 거야.

영화 ‘주토피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오기도 해. 옛날에 초식동물들을 잡아먹던 육식동물들이 세월이 지나 주토피아와 같이 문명화가 된 세계에서도 야성이 남아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받는 내용이 있었어. 그렇다면 우리 인간에게도 야성이 남아있을까?

우리의 야성은 본래 인간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었던 원초적 성향이라고도 말할 수 있어. 문명화가 많이 이루어진 우리도 벅과 같은 거부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면 원시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의 야성은 조금 다른 것 같아. 태어날 때부터 알고있는 자연스러운 것들도 모두 포함해 말한다면 우리의 기본적인 야성은 이기적인 행동인 것 같아.

누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무조건 이기적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생활에서 그렇게 행동 하는 것은 쉽지가 않잖아.

‘누구든 그렇게 살고 싶어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야성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철이 들어간다는 말이 야성을 잃어 간다는 것과 비슷 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더 성숙 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성숙의 사전적인 의미는 ‘단계를 거쳐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정도에 이르다’, ‘어른스럽게 되다.’ 야. 하지만 나는 ‘기대되는 정도에 이르다.’, ‘어른스럽다.’ 는 말이 남의 눈치를 보는 말 같이 느껴져. 그렇다고 성숙해지기 싫다는 말은 아니야.

어른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철 좀들라고 재촉하곤 하잖아. 그런 말을 접할 때마다 강제로 갖춰질 성숙은 아이가 진정으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식 으로 포장된 성숙을 목표로 삼을 것 같아 걱정이 돼. 억지로 세뇌되어진 ‘철이 듬’은 균형잡힌 생각을 지닌 어른으로 자라는데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아.

나도 어떤 곳에서는 어른인 척을 하지만 혼자 있거나 가족과 있을 때는 한없이 철없어 지곤 하거든. 그게 우리의 본 모습이고 자연스러운 야성이라고 생각해.

주변인들과 비교하며 빨리 찾아오지도 않는 성숙을 초조하게 기다리기 보단 내게 닥쳐올 일들과 맞닥뜨리며 극복 해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성숙해졌으면 좋겠어.

너도 요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내 생각이 너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해. 책 한 권이 안겨준 벅의 야성 이야기가 우리의 고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웠어.

너도 이 책을 읽어보고 우리 함께 벅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겠어. 벅의 야성과 우리의 야성 그리고 성숙에 관해 말이야. 건강하게 지내다 학교에서 보자. 그럼 안녕.

-2018. 4. 19 너의 벗 유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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