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광양 문화원 부원장

▲ 이종태 광양 문화원 부원장

친구들끼리 모이면 칠십인 지금 죽어도 호상이 라며 서로 웃곤 한다. 조선 순조 때 만해도 수두• 홍역•두창 등으로 수십만 명이 떼죽음을 당하다 보니 영•정조 시대 평균수명이 27세정도이고, 서양 또한 16세기 유럽인 평균수명이 21세라는 기록이 있다 하니 크게 틀린 말은 아닌가도 싶다.

왜 갑자기 죽음타령인고 하니 요즘처럼 행복지수가 낮다고들 야단들이니 폭을 잘치고 사는 것도,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한 가지 보다 행복하게 사는 요령인가 싶어서다.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십분의 일 수준이면서도 국내총생산 지수보다 국민총행복지수를 들먹이며 많이들 행복하다고하는 부탄의 속담에 “하루 다섯 번 죽음을 사색하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다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행복이라면 우리보다는 분명 행복에 관한한 고수 분들 인 것 도 같다.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행복론을 찾아보자.

요즘 워라밸(일과 생활의 조화), 소확행(소소 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회자되면서도 초등학생의 희망이 ‘건물주가 되는 것’ 이라고 하니,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부가 행복의 절대기준 인건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먼저 청빈(淸貧: 청렴하면서도 가난함)에 생각이 가있는 분들의 주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논어에는 군자 고궁(君子固窮)이라며 군자는 어려울수록 흐트 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조상들은 안빈 락도(安貧樂道) 즉 구차하고 궁색하면서도 그것에 구속되지 않고 평안하게 즐기는 마음을 선비의 덕목으로 생각했다.

최근에는 법정스님께서 < 무소유>를 통해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무언가에 얽매이게 된다는 것”이라시며 “소유를 향한 탐욕보다 유일한 존재요 유한한 개체로서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재를 가치 있게 살아라.”고 말씀 하셨다.

워즈워스는 “낮게 생활하고 높이 생각한다.”는 시구를 남겼다. 특히 일본에서는 “생 존은 가능한 한 간소하게 살지만 마음은 풍아(風 雅)의 세계에서 유유자적 하는 것을 참된 인간의 가장 고결한 삶의 방식으로 여기는 문화적 전통” 이 있다고 한다. 료칸 이라는 분의 시 한수를 읽어보자.

평생 출세에 마음쓰기 번거로워
드높은 하늘의 뜻에 맡긴다
자루엔 쌀 석 되
화롯가엔 땔감 한 단
방황이나 깨달음은 알 바 아니며
티끌 같은 명성이나 이익은 아무래도 좋다
밤비 부슬부슬 내리는 초막에서
두 다리 한가로이 뻗고 있노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자발적 빈곤’ 을 통해 없을 때 있는 것에 감사하며 생활을 언제나 아슬아슬한 결핍의 상태로 이끌어, 긴장하고 감사를 느끼며 사는 지혜, 부의 기준은 ‘족함의 지혜’야 ‘욕심의 노예’야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자족의 극치를 노래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또한 특이한 행복론을 주장한다. 하버드대를 나오고도 세속적인 출세와는 거리를 두고, 허위와 위선에 타협하기 쉬운 전문 직보다 정직한 육체노동을 통해 오직 삶만을 직면하며 살았다.

그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고, 간소•독립•관용과 신뢰의 삶을 실천하며, 참된 삶과 진실의 의미, 자유로운 인간의 길을 찾는 구도의 길 속에서 행복을 추구했다.

그는 미국 매사추 세츠 주 콩고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28달러를 들여 움막을 짓고 2년 2개월간 생활하며 무지와 오해로 인한 부질없는 근심, 필요이상으로 힘든 노동, 평판에 사로잡힌 노예적 삶을 경계하며, 조미료를 치지 않은 옥수수 빵과 쇠비름풀 등으로 살며 자연의 풍광, 계절의 변화, 온갖 동식물의 모습 등 생명의 신비함을 경험한 후<월든> 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인간이 제도와 물질의 노예가 되고 기계화된 환경에 의해 자유로운 인간의 혼이 압살되고 있다고 주장, 미국에서 영어로 된 모든 문학작품 중 가장 훌륭한 책 중의 하나로 평가 받으며 미국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 또한 우리들로 하여금 ‘소유의 진정한 의미’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프롬은 이 책에서 ‘생 존의 두 가지 양식’, 즉 재산•지식•사회적 지위• 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양식’과 자기의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여 삶의 희열을 확인해 가는 ‘존재양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난해한 내용을 나름 쉽게 이해하고 있다.

수백, 수천만원 그림을 산 뒤 도난이나 손상을 우려하여 깊은 금고에 넣어두는 것은 ‘소유양식’, 몇 만원을 주고 국보급 그림 복사 본을 산 후 벽에 걸어두고 매일 즐겁게 보는 것은 ‘존재양식’이 아닐까. 비싼 철쭉분재를 사서 거실에 혼자 두고 보는 것은 ‘소유양식’, 뒷산에 땀 흘리며 오르다 앙증맞은 별꽃, 제비꽃을 보며 가슴 떨려하며 여러 사람과 더불어 보는 것은 ‘존재양식’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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