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개장 이후 50여년이 지나 노후화됐던 광양5일 시장이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하고 지난 1일 첫 장을 열었다.
광양5일장 현대화 사업은 지난 2009년부터 추진돼 온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14억6300만원이 들어갔다. 1만2862㎡의 기존 부지에 기와, 초가, 근대, 현대, 아케이드, 고객센터, 대장간 등 12개 동의 장옥을 설치, 점포91개, 유개장옥 142개, 노점 365개로 상인 약 600명이 야채, 곡물, 어물, 약초, 제수용품, 방앗간, 음식점 등 다양한 업종에 입점했다.
또 이용객과 상인에게 보다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택배회사, 포스코 미소금융을 유치했다. 개장 첫날 광양5일 시장의 풍경과 개선점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주차난 여전히 심각
광양5일 시장이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하고 재개장 했지만 주차난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장이 열림과 함께 20면의 5일장 주차장은 이미 상인들의 차량으로 채워졌고, 이를 모른 채 이곳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차량들은 하루 종일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5일장 인근의 유당공원ㆍ인동 숲ㆍ광양농협 주차장도 이미 만차. 이에 따라 5일장과 인동 로터리, 광양농협 주변 도로는 차량정체가 이어지며 몸살을 앓았다.

첫 재개장에 기대를 갖고 장은 찾은 사람들은 짜증을 넘어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시장을 다시 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고 그에 따라 차량이 늘어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어떻게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전한 노점상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넓고 깨끗한 큰 시장을 새로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입구와 인동로터리, 광양농협 주변의 노점상은 여전했다. 인도를 점령한 이들은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했고, 광양농협 앞에는 아예 한 개 차선을 점령한 채 장사를 함에 따라 교통 체증을 부채질 하고 있었다.

시민 박 모 씨는 “새로 시작하는 기회에 시에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나서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노점상들을 근절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신설된 광양5일장이 시설만 새로워진 것이 아니라 기초질서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리 좁다 ‘이구동성’

광양5일장은 12개 동의 장옥에 점포91개, 유개장옥 142개, 노점 365개가 마련됐다.

점포 91개 각각의 크기는 1.5평과 7.3평, 6.7평이고 유개장옥 142개는 각각 5평과 3평 크기다. 노점 365개는 각각 1.5평과 1.8평이다.

이에 대해 일부 노점 상인과 유개장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크기가 작다는 불만이다.

3m×2m의 자리를 받아 장사를 하는 노점상인 중 일부는 농산물 몇 가지를 들고 나와 판매를 하는 할머니들한테는 맞는 크기지만 장사를 하려는 젊은 사람들에겐 좁은 면적이라는 것. 자리 크기에 대한 불만은 유개장옥내의 어물전과 반찬(젓갈)을 파는 상인들이 더욱 심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최 모 할머니는 “예전엔 1달에 장옥세 1만2천원 내고 6평에서 장사했는데 멀쩡히 장을 고쳐서 두 평도 안 되다보니 앉아있을 공간도 없을뿐더러 옆집과 자리싸움까지 했다”며 “실제 장사를 하는 상인들 의견은 반영치 않고 자리를 늘려 자릿세만 챙기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같은 유개장옥 내 반찬(젓갈)파는 상인에 비하면 어물전은 행복한 고민이다. 젓갈을 판매하는 곳은 그 크기가 생선을 판매하는 곳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젓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장사가 되게 해줘야지, 시장 조사도 안하고 자리를 줘가지고 두 개를 하나로 보태야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크게 할 사람 크게, 작게 할 사람 작게, 처음부터 잘 파악해 자리만 좀 크게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장옥 비가림 시설 설치

장옥과 장옥 사이를 연결하는 비 가림 시설과 노점의 비 가림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장옥 점포와 노점상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사람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옥의 점포 처마부분엔 비가림 시설이 일부 돼 있다.

하지만 이는 점포와 점포 물건을 보호할 정도의 시설로 장을 보러온 사람들이 비를 맞지 않고 장을 볼 수 있도록 장옥을 연결하는 비 가림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점은 비가 오는 날이면 아예 장사를 포기해야할 지경이다. 각자가 천막을 칠 여건도 안 될뿐더러 설령 천막을 친다 해도 바람이라도 불게 되면 유지가 힘들다는 계산이다.

점포와 노점상 사이 공간 확보는 노점상들이 표시된 선 밖으로 물건을 진열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 구획을 정하는 표시 선 안에만 물건을 진열하는 노점상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이에 대해 박노신 의원은 “처음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정확하게 선을 긋고 상인들이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유모차나 손수레를 끌고도 자유롭게 통행 할 수 있는 통행로가 반드시 확보돼야한다”고 말했다.

구색별로 집중 필요

유개장옥 천장이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천장이 높아 겨울에는 추워서 장사하기가 힘들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래서 차라리 지붕을 낮게 하고 슬래브 쳐서 위층을 주차장으로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장을 너무 벌려 놨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로 마련된 장이 넓고 깨끗한 것은 좋으나 무슨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워 온 장을 헤매고 다녀야 했다는 것.

장을 보러 나온 한 시민은 “어물전은 어물전대로 야채전은 야채전대로 집중을 시켰어야 하는데 온통 흩어져 있다 보니 얼른 한눈에 안 들어오고 산만해 보였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한 상인은 “점포를 살리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할머니들의 노점을 곳곳에 퍼뜨려 놨다”며 “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색별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공하는 광양 5일장으로

이처럼 불만도 많았지만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하고 첫 개장한 광양5일장이 넓고 깨끗해져 좋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광양시가 광양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 것은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재래시장을 시설현대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신선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 때문이었다.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인들 스스로 의식전환과 함께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전통시장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광양5일장이 상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다시금 모든 면에서 제자리를 잡아야한다.
시설만 잘 지어진 광양장 이어선 안 된다.

또 광양5일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구색을 잘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전국의 많은 재래시장이 시설 현대화 사업을 펼쳤지만 성공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구색이 안 맞으면 절반만 잘되고 절반은 안 되기 때문이다. 광양5일 장만의 특화된 구색을 갖춤으로써 지역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장이되길 기대한다.
시장의 주체는 상인과 고객이다. 그래서 상인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장을 찾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함으로써 모처럼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하고 새로 태어난 광양5일장이 모두에게 유익하고 행복한 전통시장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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