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맞이’로 학생과 소통하는 김종규 봉강초 교장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아이들을 웃으며 반겨주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아침밥은 챙겨먹었니”라며 늘 웃는 얼굴로 한 아이도 빠짐없이 어루만져주며 안부를 묻는다. 따뜻한 물음에 아이들은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며 얼굴엔 코스모스 같은 웃음꽃이 만발한다.
그렇게 한참을 다정한 말들이 오고간다.

기운 없는 아침등교, 가기 싫은 학교, 이런 말들은 올해 초 김종규 교장선생님이 부임한 뒤, 이젠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됐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매일같이 항상 그 자리 그 곳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맞이하는 봉강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훈훈한 귀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봉강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주현숙(여·47) 학부모는 “통학차가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총 3번 다녀가는데 김종규 교장선생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 자리 그곳에서 날마다 아이들을 맞이하며 옷도 단장해주고, 가방도 매만져주신다”며 “교장선생님이 일부러 봉강초를 선택해 부임하셨다고 들었다. 처음엔 부임 직후라 잠시만 아이들 아침맞이를 해 주시는 거라 생각했지만, 벌써 10월인데 지금까지 변함없이 아이들을 토닥여 주시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주현숙 학부모는 “저도 봉강이 고향이고, 봉강초 50회 졸업생으로서 봉강초에 대한 애틋함과 정이 있다. 하지만 봉강이 상대적으로 멀다보니 학생 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자연과 함께하는 봉강초만의 교육프로그램과 아이들의 행복을 우선 시 하는 교직원들의 노력으로 올해만 전학생이 8명이나 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들이 봉강초로 전학 와서 아이들의 친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은정 교감은 “제가 바라보는 김종규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독서를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신다. 그 덕에 학교가 활기 있어졌다”며 “늘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교장실을 항상 열어 놓으신다. 그래서 학생들이 편하게 교장실에 자주 들러 교장선생님께 보여드린다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처럼 때론 친구같이, 때론 부모님같이 대해주시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한 아이는 엄마에게 학교에 빨리 보내주라는 말을 매일 같이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 교감은 “김종규 교장선생님은 학교와 학생들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다”며 “봉강초 홈페이지에 학생 활동사진이나 학교 사진 등을 찍어 업로드 하는 일도 직접 하시고, 선생님들과도 매일같이 소통하며 불편사항이 있다면 이를 즉각 해결해주시려 노력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강초 교직원들도 “김종규 교장선생님은 아침맞이를 통해 아이들의 안색을 하나하나 살피며 이야기 나누는 소통 방식을 통해 권위주의 개선에 힘쓰신다”며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이 즐겁게 등교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교우관계가 좋아져 학교폭력도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김종규 교장은 “지역사회에서 봉강초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큰 것을 보고 봉강초를 선택하게 됐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처음엔 힘들 것 같았는데 천천히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자율과 배려로 꿈을 키우는 학교’라는 봉강초등학교 비전에 맞게 최근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비닐우산 100여개를 비치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처음엔 우산 반납을 하라고 하자 학생들이 아예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엔 학생들에게 우산 반납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하자 오히려 학생들 스스로가 우산을 반납을 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아이들에게 ‘질서와 규칙을 지켜라’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등의 지시하는 교육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고 지켜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규 교장은 “저뿐만 아니라 봉강초 전 교직원들이 이와 같이 사랑과 행복을 앞세워 지켜 봐주고 기다려주며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제대로 케어 받지 못한 친구들을 마음으로 품어주고, 다독여주는 것은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므로 활기차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아침맞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23년에 개교해 3500여 명의 학생들을 배출한 봉강초등학교는 ‘자율과 배려로 꿈을 키우는 학교’라는 비전을 설정해 아이들과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배움을 즐기며 스스로 학습하는 학생 △꿈과 소질 계발로 나를 가꾸는 학생 △자연과 더불어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학생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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