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기사’ 를 꿈꾸는 12살, 강지후 학생

▲ 강지후 학생(왼쪽), 황승정 원장(오른쪽)

“지후는 7살 때부터 바둑을 뒀어요. 우연히 목욕탕에서 할아버지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는지, 그날부터 바둑학원에 보내 달라고 저를 얼마나 졸랐는지 몰라요”

7살. 우연한 기회로 바둑을 접한 강지후(12) 학생은 2년 뒤 9살이 되던 해, 자기보다 우수한 아이를 뛰어넘으며, 광양시장배 바둑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강지후 학생의 스승인 황승정 원장은 지후가 바둑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느 아이처럼 평범했지만, 바둑을 하려는 의지는 남달랐다 말한다.

특히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로써 멘탈이 강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지후는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면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황승정 원장은 “시 단위는 적은 단위의 우승이지만, 도 단위로 넘어가면 지역에서 최고의 아이들이 나온다. 지후가 거기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며 “바둑이라는 종목은 우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다. 얼마나 어렵냐면 지후와 같이 7살 때부터 시작해 중3때 까지 끊임없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늘 우승의 끝자락에서 고배를 마시며 준우승만 하던 아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요즘아이들은 거의 인내력이 없는데, 지후는 자신보다 높은 산을 맞닥뜨려도 그 고비를 기어코 이겨낸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백운영 씨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바둑이란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지후가 대회에 응원을 와주는 친구의 부모님들을 이야기 하길래 ‘엄마도 갈까?’라고 물었더니 ‘아니야 오지마. 엄마가 응원 왔는데 내가 상을 못 타면 엄마가 서운하잖아’라고 말했다”며 “그런 지후가 안쓰러워 “지후야. 네가 엄마 아들인 게 매순간 자랑스럽단다”라고 말해주곤 한다”고 털어놨다.

황승정 원장은 “바둑을 두는 아이들은 오히려 대회 때 부모님들이 오지 않는 것을 편안하게 느낀다. 능력은 충분한데 그날따라 안 좋은 컨디션 때문에 혹시라도 지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면 부모님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더 낙심하게 된다”며 “보통은 ‘질 수도 있지, 더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부모님이 계실 땐 패배한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 한번 지후의 모습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적이 있다”며 “대국 상황에서 아주 적은 차이로 지후가 아쉽게 진적이 있었다. 대부분 경기가 끝나면 뒤돌아서 나가는데, 지후는 나가지 않고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 다짐하듯이. 그 모습을 보고 ‘지후가 지금 한 단계 성장하고 있구나’하고 느꼈다”고 전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강지후 학생에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인터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조퇴란 걸 했다”며 “빨리 학교 가서 수업 받고 싶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12살, 한창 뛰어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강지후 학생은 전국에서 20명만 모집한다는 ‘한국바둑중학교’ 진학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훗날 장래희망은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

어머니 백운영 씨는 “처음부터 바둑을 목표나 방향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지금은 지후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후가 장래에 프로바둑기사가 되겠다고 굳건히 마음을 먹는다면 그것을 지지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않나 싶다”고 웃어 보였다.

황승정 원장은 “지후가 커서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본인이 선택한 것을 이미 어렸을 때 해봤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넓은 길보다는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봤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재능을 가진 상대를 넘어서는 방법은 노력뿐이다.
더 많이 집중하고 더 많이 생각 하는 수밖에 없다.

바둑에는 ‘복기’라는 훌륭한 교사가 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이창호 9단>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된 tvN드라마 ‘미생’ 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적어뒀던 바둑노트에 적힌 글귀 중 하나다.

이 글귀처럼 아직은 어린 강지후 학생이 자라면서 패배를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지금은 이기는 준비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멋진 프로바둑기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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