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창덕 마을 공동체 ‘바람골 이모저모’를 다녀와서

▲ 이경자(정의당 광양시여성위원장)

이제 막 떠나려는 가을을 붙잡아 두려고 하는 것처럼 지역마다 가을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습니다. 북적대는 사람들과 흥겨운 음악소리, 다채로운 공연, 참여마당 등은 그야말로 가을잔치라고 할 수 있지요. 입소문이 난 대형 축제들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서 흥겨움을 더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대형 축제들도 있지만 최근 들어 마을이나 아파트 단위로 조직을 만들어 실시하는 마을 공동체 행사들도 참 다양하게 열리고 있더군요. 그 중에서 지난 11월 10일 토요일에 열린 창덕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바람골 이모저모’ 행사가 궁금해서 다녀왔습니다.

창덕 2단지 아파트 205동 정자 앞 공간에는 2년 동안 마을공동체 준비위원회에서 실시한 사업들이 소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정자를 둘러 목공반 동아리 활동으로 만든 작품들이 설치되었구요. 그 앞으로 펼쳐진 테이블 15개 정도에는 일일 사장님이 된 마을 주민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손 뜨게 질로 만든 수세미, 집에서 만든 약밥과 강정, 천연립밥과 향수, 수제 빼빼로, 재롱잔치 피켓 등 참으로 아기자기하더군요. 우리가 흔희 볼 수 있는 장터나 대형 축제장에서는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가 가득하지만, 이곳 마을 공동체 사장님들은 왠지 수줍음만 가득해 보였습니다. 집에서 간간이 여가생활이나 취미생활로 만든 물건들을 좀 더 확장해서 마을 공동체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판매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풍선놀이, 페이스 페이팅과 여러 가지 체험자리가 눈길을 머물게 하더군요. 아파트 주민들 중에 솜씨가 좋은 사람들을 찾아내어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아이들에게 협동놀이터를 제공한 것 같아 마음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 역시동네 사람이 아니라도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활짝 웃어주는 모습이 마을 공동체를 통해 형성된 자연스런 예절 같아보였습니다.

장터 한켠에는 마을 공동체에서 준비한 따끈한 어묵국과 더치커피, 달콤한 팝콘을 맛 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새로이 장터에 발길을 들여놓았다 싶으면 따끈한 어묵국과 달콤한 팝콘이 저절로 배달이 되었지요. 덕분에 마을의 어르신들과 놀러 나온 이웃 주민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 소통의 자리가 즉석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일일 사장님들과 마을 공동체 준비위원들의 칭찬 또한 저절로 곁들여질 수밖에 없었지요.

“젊은 사람들이 참 솜씨가 좋구먼, 애들 키우기도 바쁠 텐데 언제 저런 거 만드는 방법을 배웠을까잉?”

“만날 모여서 또닥또닥 뭘 맹그는가 보다 했더니 저런 거 만들었고만, 요새는 공장이 따로 없어도 되것 당게!”

동네 어르신들 이야기 또한 구수하지요?

그 옛날 우리 조상들님의 풍속에서 엿볼 수 있던 향약이나 두레, 품앗이의 전통이 지금 이 모습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을 공동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은 것, 그리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 ‘함께 한다’라는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우리의 미풍양속과 닮지 않았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창덕마을 공동체는 지금 ‘함께 하는 일’을 만들고 ‘함께 하는 놀이’를 만들어 가고 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019년 1월에는 ‘해봄’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발을 한다고 하니 더더욱 반가운 일이구요.

창덕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하는 ‘나눔 장터’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여러 가지 곡물로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강정을 샀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 할 수 있도록 예쁘게 포장을 좀 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일일 사장님께서는 무척 당황하시더군요.

“제가 포장지를 미처 다양하게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 대신 제가 직접 만든 쇼핑 봉투에 담아드리면 안될까요? 오늘 드디어 제가 만든 쇼핑 봉투를 처음 사용하게 되네요”

주부사장님의 ‘오늘 처음’이라는 말이 참 정겹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나눔장터에서의 판매 수익금은 아마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를 통해 그동안 숨겨두었던 솜씨와 재능을 인정받는 자리였기에 화폐의 가치를 뛰어 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아울러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화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른들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마을 공동체라는 것을 해봄 직하지 않을까요? 지난 11월 10일 토요일, 창덕 마을공동체 나눔장터에는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호흡을 맞추어가는 마을주민들 그리고 노랑게 익은 가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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