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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복동 할머니의 분향소를 지키며일본군 성노예제, 젠더의 상호교차성 의미로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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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0  22: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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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자 독자위원

시민단체와 고)김복동 할머니의 분향소를 설치하던 날 광양에는 아침부터 비와 함께 짓눈깨비가 내렸다. ‘춥구나’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시린 손을 주머니에 감추기 바빴던 그날에 우리는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한 마음을 모았다.

분향소의 천막이 흔들리고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면서 과연 삼일 동안의 분향소 지킴이가 가능할까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겨울이라 추운 것이 당연하건만 무엇이 그리 걱정이 되고 두려웠던 것일까?

광양읍 문화원 앞 분향소 앞에는 2018년 3월 1일에 제막식을 가졌다는 소녀상이 서 있었다. 누군가는 소녀상에 빨간 모자와 목도리를 손수 떠서 선물했고 팔목에는 파란 목도리가 묶여 있었다. 분향을 마친 한 여성은 소녀상을 어루만지며 소녀상이 그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회상했다. 그리고 분명 우리가 해야 할 일임에도 왜 우리는 주저하고 과감히 나서지 못했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했다.

사실 김복동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하고 타 도시에서 분향소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았다. 분명 광양시에서도 누군가는 나서서 분향소를 마련했으면 했던 것이 내 마음이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다. 작년 여순항쟁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 운동을 전개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일본군 성노예였던 할머니의 사망소식이었기에 여성 단체에서 나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명절을 앞 둔 시기였고 아직은 광양시에 젠더와 사회의 교차성 개념에서 성노예제를 해석할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시민단체에서 뒤늦게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우리 광양시에서도 분향소 마련을 통한 추모가 가능할 수 있었다.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은 최근 약 20년 사이에 급부상한 패러다임으로, 상호교차적인 또는 겹쳐지는 사회적 정체성 및 이와 관련된 억압, 지배구조, 차별을 의미한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범주는 젠더, 인종, 사회계급 등 다양한 측면이 상호교차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이 말을 해석하면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어나던 평시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보다 전시에는 훨씬 더 극단적이고 체계적인 성폭력의 특수성이 강조 된다는 것이다.

즉 평시에는 허용 될 리 없는 여성에 대한 범죄가 가능하게 되고 여기에 민족 차별이 더해지면 강대국 여성들에게 할 수 없는 짓을 약소국가 여성에게는 끔찍하게 자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젠더와 상호교차성의 의미에서 성노예제 할머니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 민족 뿐 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반복되어 질 수 있는 여성의 억압과 착취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시적 측면의 이유가 된다.

그래서 고 김복동 할머니께서는 1992년부터 전쟁시에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발족하셨고, 2016년까지 매년 수차례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셨다. 할머니께서는 이런 외침을 통해 비폭력적인 투쟁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일본이 100억엔을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 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셨지만 결국 일본에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지극히 몇몇 여성들의 개인적인 문제이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면 될 일이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냥 조용히 분향소에 하얀 국화를 올리고 향불을 피우며 마지막 행렬에 조문객이 되어 노란 종이 나비 한 마리를 대신 띄워드렸다. 이것은 우리가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은 사과해야 한다”라고 부르짖었던 군중들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이 같은 일의 반복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광양시에 있는 여성 단체들에게 광양시의 한 여성으로서 바램을 이야기한다. 다음에는 여성들이 중심이 된 현안이 발생한다면 여성단체에서도 꼭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그것은 곧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광양 시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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