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아 문학박사

▲ 백숙아 문학박사

광양문화, 가사歌辭로 노래하다

삼월이면 꽃잔치가 붐을 이루는 섬진강변
매화꽃 축제 벚꽃축제 철쭉 축제로 봄이 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 축제가 신호탄을 쏘고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문화단체들
다양한 주제들로 축제장 봉사에 임한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큰 축복
누구나 내 고통만 큰 것 같아 억울하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고픈 간절함이
사랑도 생각도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하지
양철지붕 기와지붕 초가지붕 그 지붕 아래
아름다운 꿈과 사랑이 싹틔워서 꽃피우는데
그 소중함 잊고서 엄살떨지는 않았는지
봉사길 마중하는 꽃을 보며 되새긴다
함께 나선 옥란 언니 들떠서 즐거워하고
모처럼 동행한 한상이도 좋아하니 좋다
내 욕망 좇느라 모임에 등한시 한지 오래
축제장 봉사 요청한 친구가 고맙다
축제장에 도착하니 가장자리엔 팔랑이는 플래카드
그럴듯하게 붙어서 우리들을 반기고

차랑 군것질거리랑 그림 도구들 정겹다
오가는 학생들이 찾아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참새들처럼 엄마랑 재잘대며 즐겁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표현하기에 열심이니
그 모습이 더 그림이다는 격앙된 목소리들
무심코 부스 앞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홍보하고
봉사하는 분들에게 차 대접하는 춘화 언니
참여한 모두에게 그 순간은 축제다
자리가 정돈되고 동네 한 바퀴 나서 보니
조용하던 시골 마을 골목마다 장사치다
산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은 김이랑 젓갈들
달래랑 씀바귀랑 무장아찌랑 청국장이랑
갖가지 음식들을 잔뜩 사 들고 나왔다
부스를 떠나지 못한 회원들을 밥 먹으라 보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부스를 지키다 보니
경상도 경기도 부산 경기 학생들이
엄마랑 아빠 손 잡고 여행하다 참여해서
아롱다롱 예쁜 그림 그려놓고 떠난다
전국적인 규모의 잔치가 된 매화 축제

청매실 박사 홍쌍리 여사 굽은 허리가 일등 공신
농사일 떠날 줄 모르고 허구한 날 엎드려서
매화랑 노래하고 매실이랑 얘기하며
오가는 이들에게 매실 사랑 술술술
요즘 애들 은어로는 지나친 사랑을 빠순이
매화보다 아름다운 건 매화빠순이 환한 미소
몇십 년을 한결같이 웃음으로 맞아주고
청매실 이야기만 나오면 날 새는 줄도 모르는
홍쌍리 집 언덕길에 수와 진이 노래한다
어느덧 접수 마감 고사리손들에 들린 그림
부스에 도달하자 공개심사 이어지고
공정한 심사 이뤄지길 바라마지않는 사람들
애써 던진 한마디에 썰렁한 분위기
무표정한 반응들에 묻혀버린 의로움
올해도 그 내년에도 고사리 같은 아이들
찾아올 그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시려온다
매화꽃 시들어서 바람에 흩날리듯
석연찮은 마음의 말 섬진강에 띄워 보내고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 삶은 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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