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관

걸어도 걸어도
매화의 중심으로 직행하는 길은 없어서
곁으로 보고 감탄만 한다

앞선 사람들의 울긋불긋이 산만하다
향을 어질러놓는 흙먼지가 탑탑한데도
봄보다 늦게 도착한 관객인양 욕심낸다

시드는 일조차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같은 저 자신감에
빈맥(頻脈)이 올라오는 듯 울렁거리며
휘청, 하는 것이다

배경이라며 제 뒤에 두는 것은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꽃보다 사진인 여인에게
여기가 매화보다 어린 시절의 입구라고
오지랖부리고 싶다

속눈썹 긴 오후의 느른함 위에
갓 스무 살적의 눈웃음과
이별편지에 몰두했을 그대의 미간을 더해
묵은 꽃몸살 앓아도 흉은 아닐 것

매화가 해사해 더 초라해지고
촌스럽게 늦도록 겨울 때를 묻히고 다니는 것만 같아
허우룩한 듯 곁이 헛헛할 때
봄날의 시틋함을 씻는 비결이란
사람은 그리지 말고 꽃만 보는 것

※ 해사하다
① 얼굴이 희고 곱다.
② 표정·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 허우룩하다
아주 가까운 사람과 이별하여 마음이 텅 빈 것같이 허전하고 서운하다.

※ 시틋하다
① 마음이 내키지 않아 시들하다.
② 어떤 일에 물리거나 지루해져서 싫증이 난 기색이 있다.

전영관
2011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 :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바람의 전입신고』, 산문집 : 『문장의 무늬』, 『슬퍼할 권리』 『좋은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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