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은(장성고등학교 2학년)

▲ 김시은(장성고등학교 2학년)

20세기 독일 제일의 작가로 알려진 토마스 만의 소설 ‘철도사고’에서 한 신사가 승차권을 조사하려는 차장에게 표 묶음을 던지는 장면이 있다. 신사는 강자였으며 차장은 그에게 규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지만 권력을 지닌 이의 잘못된 행동에 어떤 말도 못하고 경례를 하고 물러선다. 그는 신사가 휘두른 권위주의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너무나도 확실하다. 그 경계는 얼마나 부유한가, 얼마나 비싼 명품을 가지고 있는 가로 나누어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말이 무의미해진 현대 사회에선 돈이 곧 권력이며 힘 있는 강자들에게 약자들은 부도덕한 상황 속에서도 눈과 귀를 닫고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 현실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 ‘버닝썬 게이트’ 사건도 그러하다. 클럽 내에선 마약, 성매매 등 범죄가 판을 치고 있었으나 신고 된 122건 중 해결된 사건은 겨우 8건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분명 운영자와 경찰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결국 돈 앞에선 그 누구도 감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 누군가가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는 경찰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권위란 힘없는 사람을 자기 발밑으로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드는 권력이며 부도덕한 행위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당당할 수 있는 도구로 변신한지 오래이다. 최근 권위주의에 덮인 사회 속에서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자 정부는 한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자치경찰제’가 그것이다. 자치경찰제란 경찰청장에게 집중된 경찰권을 주민과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로 분산시킴으로써 지역이 주민의 목소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치안을 강화하고 지역범죄에 강력한 통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비로소 공적 권력이 정당한 곳에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는 아직 입법 단계에 있는 대책이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역에 권력을 분산키면서 지자체장에게 또 다른 ‘공룡권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지역치안에 대한 하나의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며 주민들에겐 그들의 권한을 지켜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치경찰직장협의회에서 자치경찰 인사의 공정성 여부를 감시하는 등의 감시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기존의 체제를 변화시키는 대책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치경찰제 도입 그 자체에 크게 동요해서 부정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주민의 권익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한 시대의 건강한 변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날 한없이 권위주의에 눌려 살던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동안 우리가 두려움에 모른 척 지나간 모든 불의들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을지 되새겨보아야 한다. 권위로 위장한 권위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약자가 강자로 인해 고개 숙이는 사회가 이젠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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