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수년 째 마을효도잔치 열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수년째 마을청년들과 부녀회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잔치를 여는 곳이 있어 눈길이다.

지난 4일 광양읍 세풍리 신두마을회관이 때 아니게 북적였다. 흥이 절로 나는 트로트 선율이 마을을 휩싸고 도는 가운데 회관 앞마당에는 침샘을 자극하는 고기 굽는 냄새가 자욱하고 마을 청년들은 다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 연신 회관 안으로 나르기에 바빴다.

뿐인가. 회관 주방에는 잡채와 양념 생선, 미나리 회무침에다 떡과 다과가 준비됐다. 물론 얼큰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제 격일 술이 빠질 리 없었다.

흥이 익을 무렵 정홍기 광양읍장도 모습을 보였다. 산불예방차원에서 세풍리 일원을 돌다가 효도잔치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온 모양이다. 마을 주민들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정 읍장은 “보통 효도잔치는 읍면단위 등에서 준비하기 마련인 요즘, 마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과 부녀회가 나서 그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을 직접 준비하고 모시기가 쉽지 않은데 신두마을의 효도잔치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이웃과 서로 도우면서 사셨던 부모님을 이제 마을공동체가 우러르고 공경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게 한국민의 미풍양속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뜻깊은 자리가 오래도록 유지되고 다른 마을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계추가 점심을 향해 가자 마을청년들과 부녀회원들은 붉은 카네이션을 어르신들의 가슴에 달아주었다. 정 읍장도 함께 했다.

내 어머니와 네 어머니가 따로 없고 내 아버지와 네 아버지가 따로 없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아들들이 자신들의 가슴에 걸어주는 카네이션에 어르신들의 눈가에 행복함이 깃들었고 그 마음을 청년들의 등을 따스하게 쓸어주며 모두들 “고맙다”는 뜻을 대신했다.

카네이션을 단 어르신들의 앞에 커다란 케이크가 놓였고 청년들과 부녀회원들은 큰 절을 올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케이크 불을 끄는 몫은 가장 연장자인 박정업(91) 어르신에게 돌아갔다. 불이 꺼지자 마을 주민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어르신은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시간을 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니 이보다 고마울 때가 없다”며 “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살가운 이웃들은 물론 우리 아들 같고 정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웃으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윽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점심상이 차려졌고 이와 함께 이어진 축하무대. 어르신들이 술 한 잔 기울이는 사이사이 초대가수가 흥을 키웠다. 불콰해진 어르신들이 하나둘 일어나 어깨춤을 들썩이는 가운데 어느 사이 마을회관은 순식간에 흥겨운 나이트클럽으로 변신했다. 흥 하나라면 세풍지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운한 신두마을이었던 까닭이다. 어느 새 청년들과 부녀회원까지 합세해 그 흥을 이어받으니 대동세상이 이와 다르지 않을 양이다.

이형진 신두마을 청년회장은 “어렸을 적부터 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남의 자식 내 자식 가리지 않고 키워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감사함을 전해드리고자 청년회원들이 십시일반 부담해 효도잔치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마을 어르신 모두가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게 우리 마을 모든 청년들의 뜻일 것”이라며 “우리 어머니도 살고 계시지만 청년들도 모두 우리 부모님이라는 마음으로 효도잔치를 여는 오늘 뿐 아니라 평소에도 공경하는 심정으로 어르신들을 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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