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독자위원, 사회복지학박사

▲ 이경자 독자위원, 사회복지학박사

2. 동화와 동시 속 이데올로기 담론의 분석

1) 성 역할 고정관념

동화와 동시의 내용을 파악해 본 결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몇 가지로 압축되어 졌다. 먼저 직업적인 표현에서 여성은 시장가는 엄마, 요리하는 엄마, 목욕시키는 엄마, 코 닦아주는 엄마, 옷을 입혀주는 엄마, 아픈 엄마, 빨래하는 엄마, 옷을 만드는 엄마로 표현되었다. 직업을 가진 여성으로서 표현 되었다고 해도 뾰족구두를 신은 모델이나 발레리나 슈즈를 신은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러나 남성은 축구를 하는, 큰 자동차를 움직이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는, 비행기를 조정 하는, 치료를 하는, 마을을 지키는, 마을을 돌보는, 불을 끄는 등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종합해 보면 남성은 노동시장에 나가 일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책임을 맡고 여성은 가정에 머물며 돌봄을 전담하는 것으로 사회적 분업 형태가 고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송다영, 돌봄은 누구의 책임인가?, 젠더와 사회, 426p). 이로 인해 유아들은 능숙한 주부, 가정적인 여성의 이미지, 반복적인 가사노동과 같은 오래 된 각본에 맞춘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학습해 나갈 것이다(스테퍼니 스탈, 빨래하는 페미니즘, 29-31p).

실제로 유아들의 놀이 모습을 살펴보면 여자유아는 공주 옷을 입고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요리를 만들어 식사를 대접하는 놀이였고, 남자유아들은 레고를 가지고 힘이 센 로봇이나 변신 자동차, 티라노 사우르스 같은 거대 공룡을 만드는 놀이를 했다. 유아교사들이 이렇게 놀이를 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지만 이미 사회가 형성 해 놓은 기준의 틀이 유아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만약 유아들이 이런 성역할의 전형성에 익숙한 채로 성인이 된다면 여성=돌봄자, 남성=생계부양자로 사회화되어 여성은 언제나 이차적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송다영, 돌봄은 누구의 책임인가?, 젠더와 사회, 431p).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아이는 가정에서 엄마가 키워야 한다거나 맞벌이를 하더라도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모두 담당해야 한다는 문화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신경아,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젠더와 사회, 346p).

이러한 문화의식이 바뀌면 여성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남성 혼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 작품 속에서 사회로부터 정의 된 성역할이 유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육아와 가사노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제대로인 젠더교육이 필요할 때이다. 더 나아가 우리사회는 가사노동과 육아, 간병, 노인 돌봄과 같은 가족의 문제는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는 관심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신경아,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젠더와 사회, 354p).

< 표 1 > 돌봄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이 나타난 동화와 동시 문장

제 목

내 용

개골이가 옷을 입어요

(창작동화)

"까먹고 안 입은 외투도 입어야 해! 엄마개구리가 덧붙였어요.

더러운 일남이

(창작동화)

"얘, 일남아! 너 아직도 자고 있구나. 어서 일어나야지. 유치원 늦겠다."

병아리

(동시)

엄마 닭은 알을 따뜻하게 품어 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아빠 닭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병아리를 지켜 주었어요.

우리집

(동시)

아빠는 뛰뛰빵빵 차를 타고 회사가고요. 엄마는 보글보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요.

우리모두 모였어요

(창작동화)

엄마와 작은 엄마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나에게 예쁜 한복을 입혀주셨어요

너무 작은 아기 곰

(창작동화)

아기곰은 배추를 다듬는 엄마를 불렀어요

꼭 필요해요

(동시)

그려요 그려 우리아빠 멋진 모습 색연필이 필요해요

맛있어요 냠냠 엄마가 싸준 도시락 한입에 쏙 수저가 필요해

노랑나비 흰나비

(창작동화)

엄마 나비는 아기 나비 옷을 만들고 있었어요.

"너희 엄마는 촌스러운 옷을 만드셨구나.“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은 아주 비싼 거야." "내 옷은 여왕님처럼 아름답지 않니?"

이슬이의 첫 심부름 (창작동화)

“우유가 있어야겠는데, 엄마가 너무 바쁘구나. 네가 심부름 좀 다녀오렴.”

안경 쓴 아저씨는 “아주머니, 담배 주세요!” 하고 소리쳤습니다.

뚱보 아주머니는 가게 아주머니와 재잘재잘 수다를 떨더니 빵을 사가지고 가 버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안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주머니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왔습니다. “담배 여기 있습니다”

동네가 생기게 된 이야기 (창작동화)

저녁식사준비, 아픈사람(여자)

치료하는 의사, 마을을 지키는 경찰관, 마을을 보살피는 동장님(남자)

고맙다]

(동시)

세탁기는 엄마 대신 빨래를 하고 전기솥은 엄마 대신 아침밥 짓고

세탁기야 전기솥아 모두 고맙다. 엄마 일을 도와 줘서 정말 고맙다.


다음으로 성격과 외모에 대한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해 살펴보았다.
만 3세 정도가 되면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공주님 열병에 걸리기 시작한다. 핑크 공주님 단계에 이르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여자아이들이 원하는 핑크의 세계를 만들어 줄 수 밖에 없다(스테퍼니 스탈, 빨래하는 페미니즘, 369p)

몇 년 전 겨울왕국의 영화 개봉과 동시에 엘사가 입었던 드레스의 인기가 그칠 줄 모르던 시기가 있었다. “ 엘사 공주님 오늘 참 예뻐요!” 유아교육 기관에 등원하는 10여명의 엘사 드레스를 입은 여자 아이를 맞이하며 교사들이 했던 말이다. 당시에는 공주 옷을 입고 마치 진짜 엘사가 된 것처럼 사뿐 사뿐 걷는 모습을 칭찬으로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은연중에 여자는 어릴 때부터 외모를 가꾸고 연약해야 사랑 받는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스테퍼니 스탈, 빨래하는 페미니즘, 126p). 여성의 외모와 성격에 대한 표현은 주로 상냥한, 수줍은, 부드러운, 착한, 얌전한, 걱정하는, 귀찮은, 울면서, 부들부들 떨며, 힘없이, 치마 입은, 리본을 단, 예쁜, 멋쟁이, 공주로 표현되었다.

이에 반하여 남성은 맘 좋은, 점잖게, 멋진, 휼륭한, 힘이 센, 큰소리로 말하는, 왕자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은 표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동화와 동시에 등장하는 여성은 미인이거나 귀여워야하며 순종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야채를 의인화 할 때도 당근은‘수줍게’ 오이는‘날씬하게’해야 했다.

작품 속의 공주는 사과가 무섭다, 가시가 무섭다, 바다가 무섭다는 의존적인 존재였으나 남자는 여자의 물건을 빼앗거나 여자 친구를 못살게 구는 악역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여성은 대부분 약한 존재이며 의존적, 수동적, 순종적으로 표현하였고 남성은 적극적이며 능동적, 독립적, 공격적, 야심이 많음으로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오랜 세월동안 가부장제 사회에서 익숙해진 문화의 패턴이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메리울스턴 크래프트는 여자들도 독립적 이어야하고 사리 분별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남성에게 의존적으로 만드는 교육제도가 이를 방해하고 있음을 말했다(스테퍼니 스탈, 빨래하는 페미니즘, 122p).

동화와 동시에 나타난 성역할의 전형성을 발견한 순간 ‘여권의 옹호’에서 여성을 장신구 취급하는 세상에 분노를 터뜨린 울스턴 크래프트가 생각이 났다. 최소한 그녀와 같은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일상에 널리 퍼진‘예뻐보이네’‘잘 생겼다’와 같은 담론 속에 유아들이 젖어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때 상대방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김양선,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하는 몸, 젠더와 사회, 291p).

< 표 2 > 성격과 외모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이 나타난 동화와 동시 문장

제 목

내 용

함께 놀이하자 친구야 (동시)

뚝딱뚝딱 불록놀이 ,쓱싹쓱싹 만들기 놀이, 보글보글 소꿉놀이 (여자아이삽화 사용), 탱글탱글 공놀이( 남자아이 삽화사용)

나 지금 화났어 (동시)

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두리가 획 가져가 버렸다.

(뺏기는 건 여자아이 빼앗는 것 남자아이 삽화사용)

쥐들의 회의

(전래동화)

엄마는 울면서 말하고, 아빠는 걱정하며 말하고 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고 오빠는 큰 소리로 말하고 할머니는 힘없이 말하고 .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한 것으로 표현)

세 마리의 염소

(창작동화)

아기염소와 엄마 염소는 벌벌 떨면서 말하였습니다.

“나다. 아빠 염소다.” 아빠 염소는 머리에 있는 커다란 뿔로 괴물을 쳐서 물 속에 빠뜨렸습니다. (엄마염소는 벌벌 떨었지만 아빠염소는 괴물을 물리쳤음)

무엇을 할까?

(창작동화)

실룩실룩 엉덩이를 흔들며 또각또각 자신 있게 걸어.

뾰족구두 신은 모델발이지.

씽씽 쌩쌩 자람처럼 달려가 뻥뻥 힘차게 공을 차 누구의 발일까?

축구화 신은 축구선수 발이지

(여자는 뾰족구두의 모델, 토슈즈의 발레리나, 남자는 소방관의 방수화, 축구선수의 축구화, 잠수부의 오리발, 어부의 가슴장화로 묘사)

채소가게

(동시)

동글동글 못생긴 감자, 수줍은 아가씨 당근

냠냠냠

(동시)

골고루 먹으면 기운이 나요. 뽀빠이처럼 기운이 나요.( 남자아이 삽화)

우리반 선생님 (동시)

우리반 선생님은 천사랍니다, 내가 울 때 엄마처럼 안아주지요

우리반 선생님은 공주랍니다. 빨리 커서 왕자되어 결혼할래요

잠꾸러기 가족(동시)

드르렁 드렁 우리아빠 콧노래 천장까지 들썩들썩

피이유 푸우 이건이건 엄마 솜씨 얇은 종이 떠는 소리

곰 잡으러 간단다

(손유희 )

곰 잡으러 간단다.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어라 ! 눈보라잖아 !

눈보라를 헤치고 지나가면 되잖아 !윙 휘잉 ! (남자아이 삽화)

손가락 가족

(동시)

엄지는 아빠손가락 튼튼 힘이 세요 / 망치질을 한다고

검지는 엄마손가락 따뜻 정다워요/ 화장을 한다고

장지는 형아손가락 쑥쑥 키가커요/ 군대에 간다고

약지는 누나손가락 늘씬 날씬해요 / 공부를 한다고

새끼는 애기 손가락 깜찍 귀여워요/ 쭈쭈를 빤다고

나는 나는 공주인가봐

(손유희)

나는 공주인가봐 사과가 너무 무서워 사과를 먹다 쓰러지면 어떻게

나는 공주인가봐 가시가 너무 무서워 가시에 찔려 잠이 들면 어떻게

나는 공주인가봐 바다가 너무 무서워 바다에 빠쪄 잠이 들면 어떻게

나는 왕자인가봐 공주가 보고 싶어요.

말을 타고 달려가 뽀뽀하면 깨어나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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