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나(마동 중학교 1학년)

▲ 심유나(마동 중학교 1학년)

우리 반의 한 친구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는데, 어떤 친구들은 “귀여운 척 한다, 꼴 보기 싫다, 그냥 싫다!” 둥 바로 그 친구의 등 뒤에서 막말을 하거나 마주한 자리에서조차 다른 사람인 것처럼 꾸며서 비난을 하는데 너무나 당당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그 친구의 모습을 최근 본 영화 “원더”에서 떠올렸다.

원더의 주인공인 어기는 태어나서 ‘트레처 콜린스’ 라는 증후군으로 27번의 수술을 받아도 평범한 사람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특별한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또래와는 놀아본 적이 없는 어기가 새 학기를 맞아 처음으로 등교하게 되지만 남과는 다른 외모로 놀림과 따돌림을 받아 힘겹게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그나마 친한 친구로 다가온 잭이 그토록 기다리던 할로윈데이 때 자신의 모습을 그가 가졌다면 자살을 했을 것이며 자꾸 쫓아다닌다는 충격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좌절하고 절망에 빠진다. 유일하게 얼굴을 가리고 등교할 수 있는 날이라 신나게 같은 가면을 쓴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교실로 들어섰을 때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들은 어기의 심정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즐거워야할 학교가 가기 싫고 두려운 상황을 떠올려야 하는 장소로 여기는 상황이 어기와 내 친구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이다. 영화 속, 어기는 친구들에게서 들은 폭언을 집에서 울부짖으며 부모님과 누나에게 화를 냈지만 내 친구는 자해도 여러 번 시도 했을 정도로 너무나 힘들다고 하였다. 직접 용기 내어 물어봐서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서 내게 알려준 그 친구도 그 사실을 전달하는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비밀처럼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전한 그 친구도 영화 속의 어기처럼 생김새나 성격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서 놀림과 따돌림을 받은 적이 있다. 신체적으로 입은 피해들은 치료하면 금방 나을 수도 있고 흉터가 생기면 수술로 없앨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신체가 아닌 언어폭력은 상대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쳐 잊기 힘든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없애는데 가장 필요한건 위로로 인한 평안과 정서적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진정한 친구’ 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면 오랫동안 상처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고 쉽게 쉽게 비슷한 상처는 계속 쌓일 것이다.

진정한 친구를 얻는 일이 도통 쉽지만은 않다. 이미 한번 깊은 상처를 입은 터라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친구보다는 주변사람, 즉 우리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건넨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 친구도 한 번쯤 다시 용기를 내어 친구를 사귀게 되지 않을까?

친구관계는 청소년의 발달에 도움을 주지만 문제나 갈등이 생기면 그만큼 큰 혼란과 불안을 겪게 된다. 어느 때보다 또래 문화를 형성하는데 특별한 감각이 있는 중학생이기에 자신만을 주장하기보다 서로의 관계에서 충성심을 강하게 요구할 때도 이다.

뿐만 아니라 또래의 동질성에서 벗어난 친구들은 배척하려는 경향도 무척 강할 때가 청소년 시기이다. 다름을 개성으로 보는 일은 공부로만 여기고 어기처럼 체육시간에 여러 아이들에게 공을 한꺼번에 맞거나 우리 반 친구처럼 여러 친구들에게 뒷담을 까이는 일들도 일상생활처럼 종종 생기게 마련이다.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용기는 내가, 그렇지 않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함께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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