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사랑해주지 않는 걸까요”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연간 버려지는 유기동물 10만 마리,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만큼 버려지는 동물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번 특집기사는 취준생과 버려진 유기견의 만남을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냄으로써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고자 마련됐다. 또한 앞으로 시민신문은 유기동물에 대한 광양시의 제도적·구조적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동물 관련 기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재해나갈 계획이다. <편집자 주>

평범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앞에 웬 강아지 한 마리가 누군가 저녁으로 먹고 내놓은 중국집 그릇에 머리를 박고 허겁지겁 들이킨다.
짜게 식은 국물을 눈 깜짝할 새 해치운 이름 모를 강아지는 온몸이 오물에 뒤덮여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겨댔고, 제멋대로 엉켜버린 털들이 괴로운 듯 비틀비틀 고쳐 앉아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내며 몸을 긁었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귀를 쫑긋 세워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몸을 튼다. 그러더니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빌라 옆 버려진 천막 비닐 더미 아래로 몸을 구겨 넣고는 꾸벅꾸벅 고개를 떨궜다. 일교차가 컸던 터라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는 생각에 녀석을 안고 집 계단을 올랐다. 오랜 떠돌이 생활로 지쳐버린 건지, 제대로 경계할 힘조차 없어보였다.

푹신한 이불에 얼굴을 묻고 눈을 붙인다. 해줄수 있는 거라곤 하루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다독여 주는 것뿐,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날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았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각종 검사와 미용, 예방접종까지 최대한의 처치를 도왔다. ‘미미’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하루살이 인생을 살기 바빴던 취준생 이재은 씨가 버려진 강아지를 위한 마지막 최선이었다.

재은 씨는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미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너와 함께하지 못하게 됐어, 꼭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랄게”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미미는 유기동물 임시보호소로 옮겨졌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미미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애써 떠올리지 않았다. 혹여 안락사 당했다는 소식이라도 듣게 된다면, 끝까지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힐 게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미의 잔상은 더더욱 진하게 남았다.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 없었다.

광양읍 서천변, 무작정 유기동물 임시보호소를 찾았다. 미미는 나무에 묶여있었고, 모기와 파리가 윙윙대며 달라붙었지만 현실을 체념한 듯 엎드린 자세로 두 눈만 느리게 껌뻑이고 있었다. “미미야” 미미의 시선이 재은 씨를 향했다. 그리곤 목이 터져라 울부짖으며 매어진 목줄을 빼내려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하루의 따뜻함을 기억해낸 걸까, 아니면 그날만 떠올리며 견뎌왔던 걸까. 재은 씨는 이미 한차례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아프고 힘들었을 녀석에게 또다시 같은 상처를 안겨준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미안해” 재은 씨의 눈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유기동물 발생 원인 ‘인간’
그들을 돌볼 책임도 ‘인간’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7년 신고 된 유기·유실 동물은 10만 2593마리로 2016년 대비 14.3%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이중 개는 7만 4337마리, 고양이 2만 7083마리, 기타동물 1173마리로 조사됐다.

또한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2018년 반년 간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5만 5399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략 하루에 260마리씩 버려진 셈이다.

광양시 유기동물모임 봉사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유기동물을 케어하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양을 홍보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누군 가는 사비를 들여가며 왜 힘든 일을 자처하냐 묻는다. 대답은 하나다.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유기동물복지제도에 대해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하고, 반려동물 등록문화를 고착시킨다면 쉽게 버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지금 이 순간에도 병들어서, 짖어서, 싫증나서, 가족이 싫어해서, 배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 등으로 버려지는 동물들이 무수하다. 유기 동물에 대한 제도들이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생명체에 대한 윤리의식이 없다면 전부 소용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유기동물 발생원 인도 인간에게 있고, 그들을 돌볼 능력도 인간에게 있다. 사람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을 소중한 생명체로 바라보며 모두가 함께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자체가 사회의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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