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광양시 정의당 지역위원장

▲ 이경자 광양시 정의당 지역위원장

작년 7월 23일, 일 년 전 그날의 날씨를 기억하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어 모두가 지쳐있을 때였지만 갑자기 날아든 문자한통은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는 혼돈은 마음만 더 급하게 하는가보다. 평소에는 찾지 않아도 잘만 보이던 리모컨을 찾아 헤매는 그 짧은 순간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었다. 텔레비전을 켜자마자 뉴스 검색을 할 필요도 없이 모든 방송사에서 노회찬 의원님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로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하는 참으로 믿기지 않는 사실 앞에 서있어야 했었다.

내가 고 노회찬 의원님을 만난 것은 6.13 지방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기자회견 장소였다. 영입당원으로 출마하게 된 나를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바라보시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원내대표였던 의원님을 그렇게 처음으로 뵈었었는데 그리고 나서 3개월 후 고 노회찬 의원님의 영정 사진 앞에 서게 되었다. 상주로 검은색 리본을 달고 여수, 순천, 광양에서 분향을 오시는 시민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분향소에 오시자마자 눈물부터 흘리시던 시민, 목탁과 염주를 꺼내며 단 10분이라도 의원님을 위한 염을 하게 해달라고 하던 스님도 계셨다. 어떤 시민은 아침에도 오시고 저녁에도 오셨다. 정의당원은 아니지만 의원님이 돌아가신 것이 참으로 기막힌 일이라며 탄식하시기를 반복하셨다.

어떤 이는 가방 속에 있던 자신의 지갑을 털어 분향소 위에 올려놓고 가셨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와 아까 놓고 간 돈이 너무 적은 것 같아서 다시 출금해왔다며 몇 만원을 더 올려놓으셨다. 너무나 늦었지만 이 정도면 신발 한 켤레는 새로 사서신고 가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휼륭하신 분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이런 분이 가셨구나!’

'몽이네 예나눔'이라는 미술동아리의 회원들은 노회찬 의원님을 추모하기 위해 의원님의 얼굴을 그려서 책으로 만들어 가지고 왔었다. 초등학생의 그림부터 전문가의 그림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그림과 함께 적혀있던 노회찬 의원님의 말씀을 되새김질 할 수 있었다.

‘협치(協治)란 협량(狹量)한 정치가 아닙니다. 협박(脅迫)정치는 더더욱 아닙니다. 상대가 망해야 내가 사는 것은 전쟁이지 정치가 아닙니다. 정치의 눈에 국민이 가득하지 않으면 국민의 눈에 피눈물이 가득 해집니다’

그림책을 가슴에 품고 의원님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 날도 너무나 더웠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더위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노회찬 의원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할 뿐이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아깝지 않고 버릴 것이 없는 분이 가셨다“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긴 배웅의 터널을 지나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하는 운구차는 모두에게 슬픔이었다. 제일 밑바닥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마음으로 대해주신 유일한 분이라고, 사람취급을 해주신 분이라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신 분이라고 오열하고 있었다.

그 흐느낌을 마음에 담아 뒤돌아서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정의당 배지 저 주시면 안 되나요? 노회찬 의원님을 기억하고 싶어서요”

군중 속에 있던 젊은 청년의 요청에 얼른 배지를 풀어 청년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아주 오래오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광양으로 내려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의원님 추모영상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고 김광석의 4집 ‘맑고 향기롭게’ 라는 첼로연주를 몇 번이고 계속해서 들어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음악을 들으며 추모를 하는 것 뿐 이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노래의 가사말과 같이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국의 당원들은 하나 되어 창원 성산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를 지켜내었고 나는 지역의 위원장으로 당선되어 당당히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지 않는가?

노회찬의원님!
진정 의원님의 향기는 날개가 있어서 아주 조금씩 세상을 물들이고 있답니다.
우리는 어두운 곳에서도 변함이 없었던 의원님을 닮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맑고 향기로움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지금도 우리에게 말없이 말씀하고 계신 노회찬 의원님!
우리는 지금 노회찬을 그리워합니다.

고 노회찬 의원 서거 1주년을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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