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천년의 시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광양지역 대표적인 시문학 동인 ‘시울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이상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가 출간됐다. 도서출판 <천년의 시작> 시작시인선 300번째 시집이다.

▲ 이상인 시인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는 몸의 울림인 울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의 실존적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시적 여정이다. 시인은 ‘울음’이라는 현상 자체보다는 대상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울음소리’에 주목하는데 여기서 울음소리가 갖는 상징성은 삶에 대한 자각이나 운명에 대한 부응의 의미로 확장되면서 우리에게 깊은 정서적 충일감을 안겨 준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는 ‘청각적 심상이 박혀 있어 소리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편들이 시집 도처에 담겨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모든 세계의 물질성이 소리로 환원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세계의 모든 사물의 본질이나 운명의 실상이 이상인 시인에게 청각적 질료로 감지되거나 인식되어 들어오고 그것이 곧 영혼의 눈뜸으로 전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인에게 울음과 울음의 증표인 눈물은 영혼의 성장을 뜻하는 동시에 영혼의 눈뜸을 상징하는 감각 혹은 이미지인 셈이다.


더불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보여 주는 청각적 상상력은 우리의 존재성이 덧없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는 동시에 우주와 공명하여 끝없는 영적 세계로 비상할 수 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시인은 죽음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삶의 덧없음 혹은 절망을 느끼더라도 인간의 흐느낌과 울음이야말로 아름다운 한 세상으로의 승화일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주지시키며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노래한다.

▲ 이상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시인 김준태는 “이상인의 시는 푸른 댓잎에 맺힌 물방울처럼 맑고 둥글고 고요하다. 그 물방울 속에 담긴 해와 달의 운행, 우리들이 평생을 데리고 사는 어릴 적 고향마을 사람들의 숨결과 노랫소리, 논과 밭에서 익어가는 온갖 곡식들의 설렘과 오방색, 참새떼들의 비상, 아침노을, 저녁노을이 그립고 고운 무늬로 출렁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시는 노자가 말한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순연하게 노래되고 있다”며 “음악성과 회화성을 잘 만나게 하여 서구적 모더니즘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그의 시는 한국시의 또 다른 진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시적 풍경을 제시해 영혼의 울음소리가 우리 존재의 본성을 일깨워 참된 우주적 존재를 지향해 온 이상인의 시풍을 잘 드러내고 있음을 김준태 시인도 소환시키고 있는 셈이다.


시인 배한봉 역시 “이상인 시인은 남도정신과 서정의 세계를 시로 담아내고 있는 시인”이라며 “그의 시를 읽으며 굳건한 정신을 회복하고 서정의 춤판에 녹아든다면 이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이고 영혼의 힘이 아니겠나”며 “그의 시편을 읽으며 나는 외로이 서정의 길을 걸으며 푸른 남도정신을 깨우는 든든한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이상인 시인은 “어릴 적 우리 집 과수원에 탱자나무가 둘러쳐져 있었다. 탱자들은 그 많은 가시에 찔리지도 않고 잘도 컸다”며 “가끔 내 시에 내가 찔려서 아파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만든 곪은 상처를 따고 치유하기 위해 시를 잘 벼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상처와 눈물을 바라보는 평소 그의 시각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시인은 전남 담양 출생으로 199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시집<툭, 건드려주었다> <UFO 소나무> <연둣빛 치어들> <해변주점>을 출간했다.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수혜했고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고 한국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제5회 송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광양중마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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