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변 고수부지 따라 코스모스 꽃단지 만개

시민은 물론 광양 찾은 관광객 사랑도 한 몸에

꽃들이 시간을 희롱하는 가을이다. 맑은 햇살을 퉁겨내며 잔잔히 침잠되는 물결 아래로 봄을 견디고 여름을 견뎌냈던 시간들이 온 힘을 다해 꽃대를 밀어 올리고 쓸쓸하고 차가운 바람이 내려앉는다. 그리운 가을이 내려앉는다. 그곳에 가면 시간을 무게를 털고 가볍게 꽃길을 걷은 사람도 모두 꽃이다. 가을이어서 가능한 풍경이다.

서천이 곱디곱게 차려내는 가을은 그야말로 꽃잔치다. 벚나무 사이 사내의 굵은 팔뚝 같은 제방을 붉은 융단을 깔아놓듯 붉게 수놓던 꽃무릇이 사무침으로 눈이 멀어 지고 말면 욕심 없는 코스모스가 다시금 가을을 건네받고 노랗거나 붉은, 혹은 시간이 취한 듯 포도주 빛 보라색 꽃대에 바람을 이고 마실 나선 새색시의 치마폭처럼 가벼이 한들거린다.

꽃들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꽃이 달린다. 모두 붉거나 노란 코스모스 한송이를 피운 채 꽃길 사이 즈려 걷다가 가을을 가슴에 품고 쓸쓸함이 서러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그대, 저벅저벅 저녁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 넋처럼 가벼운 무지개색 나비 하나 팔랑이며 따라온다고 그리 놀라지 말 일이다. 모두가 꽃이 되어 청보리빛 맑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깊디깊게 걸어가면 될 일이다. 가을 속으로 말이다.

평소에도 시민들의 산책코스로 사랑 받고 있는 광양읍 서천변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봄이면 꽃 잔디, 여름이면 꽃양귀비가 물결을 치고 가을 초입엔 꽃무릇이 절경을 이루며 눈을 호사스럽게 하더니 어느새 찬 기운이 제법 휘돌기 시작하자 그렇게 서럽지 않아도 된다는 냥 어깨를 다독이는 코스모스가 수를 놓았다.

현재 코스모스가 점령한 서천변 일대에는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울긋불긋 화려하게 수놓은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려는 시민과 사진 동호회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어떤 이는 코스모스를 배경 삼아 스스로 꿀벌이나 나비가 돼 꽃대에 앉기도 하고 어떤 이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을을 프레임에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댄다.

꽃길을 걸으며 동행한 벗과 나누는 이야기는 가을 하늘처럼 맑고 가볍다. 지금 서천변에 오면 연인의 사랑은 가을을 따라 깊어가고 아이의 앙증맞은 손을 잡고 가을로 나온 엄마는 아이에게 새롭고 신기한 세상의 한 켠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다. 많은 세월을 함께 산 노부부에게도, 신산스러운 삶을 버티게 해 준 오랜 벗에게도 코스모스는 흘러온 세월이 주는 잠시 잠깐의 여유다. 가끔은 위로이기도 할 터이다.

코스모스 꽃길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매일 아침 서천변 일대를 산책하는데 십수 년 전부터 서천변 일대에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면서 걷는 즐거움이 새롭다. 특히 가을 코스모스는 장관을 이루는데 달리 돈 들여 가을 여행을 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며 “서천변은 이제 대표적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라고 말했다.

서천변 일대가 계절마다 꽃으로 수놓게 된 것은 광양읍 도심꽃가꾸기 사업이 시행되면서 부터다. 광양읍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서천변 고수부지 5만9천500㎡에 꽃단지를 조성한 뒤 공공근로와 지역 일자리 인력을 투입해 관리해 오고 있다. 특히 서천변 꽃단지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화장실과 그늘막 쉼터 등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입체화단을 만드는 등 시민들의 정서와 휴식을 고려하는 열정을 쏟았다.

정홍기 광양읍장은 “서천변은 광양읍권 시민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장소다. 특히 광양의 대표 먹을거리인 불고기특화거리가 조성되면서 관광객들 역시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민은 물론 광양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서천변 일대를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코스모스 등 꽃단지를 조성한 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명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천변 공간을 확대하고 이용 편의시설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백일홍, 코스모스와 함께 가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스모스 꽃단지는 일명 배고픈 다리에서 도월리에 이르는 서천변 고수부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고 현재 개화율은 80~90% 정도로 다음 주초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광양읍은 올해 서천은 물론 새롭게 단장된 동천변에 이르기까지 각종 계절 꽃을 식재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봄에는 유채와 메밀, 꽃양귀비, 수레국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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