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항쟁 유족회 등 전남동부권서 500여명 참석

올해도 특별법 제정 못해…곳곳서 안타까운 목소리

71주년을 맞는 여순항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 추념식이 19일 오후 2시 순천 장대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됐다. 장대공원은 여순항쟁 당시 순천에 입성한 14연대 군인들과 경찰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장소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물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전남도와 여순항쟁유족연합회 주최로 열린 71주년 합동 추념식에는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허석 순천시장 등 피해지역인 전남 동부권 지자체장, 여순항쟁 유족과 제주 4·3유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추념식은 사건이 발생됐던 여수, 순천, 광양, 보성, 고흥, 구례 6개 시군에서 각각 열렸으나 지난 7월 71주년 기념사업 추진회의에서 올해부터 합동추념식을 개최키로 전격 합의하면서 최초 합동추념식으로 진행됐다.

1부 위령제, 2부 추모식, 3부 발원 뒷풀이 순으로 진행된 이날 추념식에는 지난해에 이어 제주 4·3 희생자유족회도 참석했다. 제주 4.3항쟁과 이에 대한 진압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여순항쟁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두 지역 유족단체는 지난해부터 상호 연대 차원에서 합동추념식에 교차 참석해 함께 위로와 아픔을 나누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개최되는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행사에 맞춰 1분간 묵념사이렌이 울렸다. 여순사건 71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의 아픔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으로 여수 전역에 울려 퍼졌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여수순천 1019사건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비극으로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하고, 그 시작이 특별법 제정”이라고 말했다.

또 “전남도가 앞장서 여순10.19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힘써 왔다”며 “다 같이 힘을 모아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71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지역을 오가며 펼쳐질 예정이다. 순천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19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2019 여순평화 예술제 ‘손가락총’ 작품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순천대 박물관과 여순사건 영상기록위원회, 포지션 민 제주, 부산민주공원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다.

전시에는 제주, 광주, 경인, 부산 등 전국에서 김일권·김충령·임지인·박금만·정숙인·정채열·홍성담 작가 등 작가 29명과 2개 그룹이 참여한다. 순천 전시가 끝나면 11월 제주, 부산민주공원에선 내년 1월~2월 중 열릴 예정이다.

여순평화예술제의 제목인 ‘손가락총’은 여순항쟁이 진압된 뒤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대동청년단 등 우익세력이 주민을 향해 여순항쟁에 참여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무고한 주민을 빨갱이로 몰아 정당한 사법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즉결처형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밖에 특별법 제정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국회에서 21일 여순1019사건 71주년 합동추모식을, 내달 14일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순항쟁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민중항쟁’ 진압을 위한 출동명령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들 14연대가 광양과 순천 등으로 진출하면서 당시 친일경찰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민중들과 결합되는 형태를 띠었고 이에 대한 여파로 군경에 의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당시(1949년 집계) 여수와 순천, 광양 등 전남 동부권 주민 1만1131명이 희생을 당한 것으로 전해오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여순항쟁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제주 4.3항쟁과는 달리 군인들의 반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방부의 반대 등으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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