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작가 육성 국비 지원프로그램 선정

용강도서관서 매주 수요일 글쓰기 교실 운영

“일상의 발견이 생명을 얻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보고, 듣고, 겪은 사물이 되살아나는 것은 이름이 불리며 새로이 표현되었을 때죠. 둘레둘레 앉아 낭독이 시간을 누르고.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익숙한 주변을 돌며 변형된 사금을 만나볼까요? 사소하지만 시시(詩詩)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걸어 봐요.”

광양시에서 처음으로 도서관 상주 작가로 선정된 변영희 시인(57)이 글쓰기 강좌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쓴 글이다.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이 이 가을, 애잔한 시민들의 감성을 적시면서 해당 강좌는 모집하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되고 대기자만 수십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용강도서관에서는 2019 용강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사업의 일환인 ‘시시(詩詩)한 글쓰기’ 강좌의 첫 시간이 열렸다. ‘시시한 글쓰기’ 강좌는 내년 2월26일까지 매주 수요일 10시부터 12시 용강도서관 어울림 3층에서 운영된다.

▲ 변영희 시인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지난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용강도서관에 문인이 상주하면서 지역주민과 청소년의 문학 향유 및 글쓰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문학 수요자 증진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19년 ‘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수행기관으로 광양용강도서관이 선정됨에 따라 진행된다.

30-40대 주부 20여명과 중년 남성 1명이 첫 강좌에 참석했다. 첫 시간은 ‘글을 쓴다는 건 뭘까’를 주제로 글쓰기의 의미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변영희 시인이 추천한 시를 낭송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이날 변영희 시인은 “종이와 연필에 매달리지 말고 기록을 위해 휴대폰의 메모장을 펼쳐도 된다”며 “글쓰기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가면 벗기의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희 시인은 2010년 봄 문예계간지 ‘시에’에 ‘그날의 기록’ 외 2편의 시를 출품,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9월에는 ‘y의 진술’(문학의전당)이라는 첫 번째 시집을 출판했다.

‘y의 진술’은 비참한 삶의 현장을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종의 '사회시'가 요청되고 있는 시점에서 변영희 시인은 민중시의 리얼리즘적 전통보다는 모더니즘적인 깊은 감수성의 토대에 뿌리를 두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의식을 놓지 않는, 일관된 시작(詩作) 태도와 정신을 시집 전체를 통해 보여준다는 평이다.

변영희 시인은 2005년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던 그녀가 시에 관심을 둔 것은 둘째 아이까지 대학을 위해 타지로 떠나보내고 난 후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소설이나 희곡 등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보다 시는 순간의 감정을 은유적인 표현으로 드러낼 수 있기에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또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일이지만 함축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는 시는 자신을 어느 정도 감추며 쓸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변 작가는 일상 생활을 하다, 책을 읽다, 여행을 하다 문득문득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을 시로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녀의 시에 주를 이룬다.

광양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시화전과 광양문학 문집에 시를 발표하고 있는 변 작가는 처음 도서관 상주작가 제안을 받았을 때 머뭇거렸다고 했다.

상주작가다 보니 시간적인 제약도 마음에 걸렸지만 한번도 강의를 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다소 부담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사람을 통해서 감흥을 느끼고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상주작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달 1일부터 용강도서관 2층 가족실 한켠에 책상과 함께 마련된 개인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강의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틈틈이 책을 많이 읽었다.

변 작가는 “시시한 글쓰기 강좌를 통해 글을 쓰고 싶은 시민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내가 처음 시를 쓰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면서 “글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글을 쓸 수 있는 감성과 순간을 고양시켜 글을 쓰는 순간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은 쓸수록 늘기 때문에 작은 노트를 준비해서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은 매주 쓰게 하고, 집에 돌아가면 본인이 쓴 글을 들여다보며 사유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또 변영희 시인은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시간을 활용해 더욱 작품활동에 매진, 두 번째 시집을 출판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녀는 “다양한 작품을 발췌하고 소리내서 읽다보면 마음에 건네지는 무언가가 생기는데,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며 “그때의 감성을 잊지 않기 위해 항상 메모해야 하며 하늘아래 완벽하게 새로운 글은 없으니 남의 것을 통해 내 것을 찾는 과정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그타르트=변영희

우는 토끼나
웃는 토끼나
토끼
포르투칼 낯선 도시의 에그타르트나
길 건너 빵집 에그타르트나
에그타르트
달콤하고 고소한 내음
상상으로 덧칠한다

구름과자나 솜사탕은 멀리 있고

버찌가 푸른 심장처럼 뒹구는 유월 어느 날
농축된 시간이 흘러내려
끈적한 추상화를 펼쳐놓는다

짓이겨진 입술 같은 시간을 지나
어둑한 숲의 돌계단을 지나
목덜미에 땀이 글썽거릴 때
밟고 온 버찌처럼 울었다

나의 발에는 뿌리가 없어서
돌계단을 오르고
사르르
꽃계단을 내려오지
뿌리가 없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나이프를 찾는데
오리를 안고 오는 소년처럼
쿠키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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