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최초 여성청년단체 ‘빛나는 청춘’ 발족

20,30대 여성 24명 “우리의 목소리 내고파”

1908년 3월 8일 1만 5천여 명의 미국 섬유노동자들이 뉴욕의 한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직업 환경 개선,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렇게 여성 운동은 시작됐습니다. 110년이 지난 지금, 광양에 사는 여성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제철소를 기반으로 한 산업 중심 도시 광양은 외지 인력이 많습니다. 남편 따라 어쩔 수 없이 타향살이를 하게 된 여성들도 많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땅에 홀로, 혹은 아이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져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면서 우울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여성 청년들이 우리 주위에는 허다합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고, 설령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육아’라는 굴레에 묶여 도전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육아로 인한 사회활동 공백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패널티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현실을 알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습니다. 평등한 기회가 만인에게 비추듯 ‘빛나는 청춘’은 참여와 나눔의 가치 아래 여성과 사회 취약층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김한나 ‘빛나는 청춘’ 초대회장

20, 30대 여성들로 구성된 광양 최초 여성 단체가 출범했다.
‘빛나는 청춘’은 지난 23일 광양읍 모드니라운지에서 발대식을 개최하고 여성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 참여의 교두보가 될 것을 다짐했다.

현재 광양시는 청년연합회를 비롯해 11개 읍면동 청년회와 광양JC, 동광양JC, 향토청년회, 행동하는 양심청년협의회 등 총 16개 청년단체가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청년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김한나 회장(31)은 대학재학 시절 학생회 부회장 경험을 살려 오로지 여성의 힘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조직하기로 결심했다. 김 회장은 어린이집 교사로 직장생활을 하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 둔 ‘경력단절여성’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니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졌고, 지난해 3월 광양시 블로그기자단과 어린이집 모니터링단 활동을 하면서 정책과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김한나‘빛나는 청춘’초대회장

김 회장은 올 3월부터 그동안 아이를 키우며 만난 엄마들, 사회 복귀를 위해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교육을 들으며 만난 여성 청년들, 대학 동기, 봉사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 등을 만나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육아나 학업, 근무 등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여성청년들이 대상이다 보니 수익사업도 아니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접해 본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며 이끌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광양 첫 여성청년단체가 조직된다는 소식에 많은 도움의 손길도 받았지만, “정치인 누구 편이냐, 뒤에 누가 있냐, 상부 조직은 무엇이냐” 등 기존 청년단체들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피할 수는 없었다.

김 회장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쉽게 자리매김하고 성장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외롭고 어렵더라도 우리 색깔을 찾아 우리만의 행보를 걷자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눈물겨운 노력 끝에 24명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고, 이들은 지난 9월 중마동의 한 커피숍에 모여 창립총회를 가졌다.

광양을 대표하는 여성청년단체가 되고 싶어, 광양을 대표하는 선샤인이나 매화와 관련된 단체명을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빛나는 청춘’이었다.

임원 구성에 있어서도 여성청년단체의 톡톡튀는 센스를 발휘했다. 회원과 회의자료 등 단체 내부 일을 하는 ‘내무부회장’은 아이 엄마인 금순자씨가 맡았으며 바깥 활동을 전담하는 ‘외무부회장’은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혼 청년 김채완씨가 맡기로 했다. 사무국장 30대 신명선씨, 사무차장 20대 강한별씨, 감사 30대 황선혜, 유민선씨가 맡았다.

이들은 앞으로 지역 내 여성 청년들의 특성과 전직 등을 파악, 인력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그들이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를 매칭하는 ‘여성인력뱅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중고나 수제품을 사고 팔수 있는 프리마켓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여성청년들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재능기부를 통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봉사활동 등도 펼칠 예정이다.

김한나 회장은 “기획·홍보가 쉬운 단발성 행사에 치중하기보다 눈에 띄진 않더라도 정말 여성청년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찾아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겉만 크고 알맹이 없는 단체가 되기보다 작은 인원이어도 알찬 단체로 꾸려나가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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