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에게 음악, 미술 통해 즐거움 선사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 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 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 집자주>

평생교육센터에서 만난 인연으로 10년째 봉사
평생학습 동아리→봉사단체→마을공동체 발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당하게 놀자! 신나게 놀자! 멋지게 놀자! 즐겁게 어울리자!’

삶의 간이역에서 행복문화를 알리기 위해 조성된 마을공동체 ‘해오름 광영마을공동체’의 슬로건이다.

‘해오름 광영마을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재능기부로, 마을 어르신들에게 음악 및 미술 활동 등을 통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봉사단체다.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을 맡은 오부환 해오름 광영마을공동체 대표를 필두로 박혜경, 김정란, 유문숙, 최재권, 심강조, 서우남, 김영숙, 임명희, 나병옥 등 주민 10명으로 구성된 ‘해오름 광영’은 2019 전남 마을행복공동체 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4월 24일부터 11월 20일까지 30여 차례 걸쳐 광영사랑요양원&주간 보호센터에서 음악, 미술, 민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노인 28명, 요양보호사 7명 등 35명이 함께하는 교육시간은 가야금과 함께 하는 민요교실, 색칠하며 즐기는 미술교실, 치매케어, 즐거운 인생찾기 레크레이션, 안무율동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오부환 대표는 “어르신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차 운영하면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한다”며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노인심리상담, 음악심리상담, 방과후지도사, 음악치료사,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등의 자격증을 취득 했고 통기타, 하모니카, 플루트, 가야금, 미술치료, 댄스스포츠 등의 재능을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이들은 매주 월, 목 오후 3시 30분부터 정기연습을 꾸준히 이어가며 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열정을 꽃피우고 있다. 음향장비도 인터넷을 통해 자비로 가장 저렴한 것을 구매했다고 한다.

‘해오름 광영마을공동체’의 힘은 공연 위주가 아니라 1:1로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으로 프로그램 운영 시간을 꽉 채우는데서 나온다. 가야금 민요교실은 가야금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가야금 장단에 맞춰 민요를 같이 부르고, 돌림노래하고 소고를 실컷 두드리며 노인분들이 손 운동과 두뇌회전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진모리, 세마치장단에 맞춰 소고를 두드리다보면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하면 회원들이 노인들 사이사이로 들어가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며 함께 호흡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고 식상해 하던 어르신들도 어깨춤을 들썩이며 신나는 시간을 몇 번 보내며 즐거운 추억들이 쌓이니 버선발로 마중 나오며 매주 수요일만을 기다릴 정도라고 한다.

단순한 공연만이 아닌 노인 맞춤형 레크레이션 시간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해오름 마을공동체’가 마을공동체사업을 위해 급하게 결성된 조직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함께 손발을 맞춰가며 축적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오름 광영마을공동체는 2010년 전 라남도광양평생교육관에서 통기타, 가야금, 한국화, 컴퓨터, 사진, POP,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강했던 수강생들이 2012년 4월 쌈짓돈을 모아 연습실을 장만해 만든 자기계발 및 순수 통기타 봉사동아리 ‘소리사랑’이 모태다.

광양시 우수 학습동아리 공모사업에 5번이나 참여한 이력이 있는 ‘소리사랑’ 은 평생교육관에서 익힌 각자의 재능들을 기부함으로써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의 기쁨을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간 여러 지역의 노인복지관과 요양원 등을 돌며 레크레이션 및 음악, 미술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8년 6월 동아리 회원의 건의로 전라남도 곡성에서 가진 마을공동체 만들기 설명회 및 심화교육을 받았고, 당시 함께 다녀왔던 3인이 주축이 되어 2019년 전남 마을공동체 만들기 공모에 선정됐다.

지역민 역량 개발을 위해 진행한 평생 학습교육 취지에 따라 생성된 자기계발 취미 동아리가 봉사단체로 이어지면서 ‘마을공동체’까지 저변을 확대한, 그야말로 자발적 주민 참여에 의한 마을공동체 활동의 교본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들은 시민문화기행 사업에도 공모해 느티나무, 행복한 주야간, 매화꽃 등 요양원을 찾아 3회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포스코에 근무하다 퇴직한 후 ‘해오름’ 을 통한 재능기부형 봉사활동으로 ‘제2의 인생’의 기쁨을 찾고 있다는 해오름 광영마을공동체 오부환 대표는 “살면서 5번 큰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다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 배우기 시작한 것들이 자양분이 돼 진정한 ‘삶’을 찾게 됐다”며 “장애우나 노인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미소짓는 순간을 볼때의 희열은 천만금과 바꿀 수도 없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10년을 함께 자기계발과 봉사활동을 하며 호흡하다보니 회원들 과는 가족 같은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됐다”며 “우리의 작은 움직임으로 인해 공동체라는 개념이 작게는 우리 안에서 시작돼 마을로, 지역 전체로 퍼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또 “현재 5060세대가 놀 곳이 없다. 은퇴 후 할 일이 없다고들 하는 데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뭐든 배워 재능기부를 통해 새로운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사업이 끝나더라 도 계속 봉사활동을 이어가면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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