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윤 칠성 초등학교 6학년

▲ 정채윤 칠성초등학교 6학년

아게로에게

안녕! 아게로, 갑자기 편지를 받아서 당황스럽지? 학교에서 항상 만나 이야기 하는데 편지로 얘기하려니 은근 부끄럽네. 하지만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편지를 보냈어.

혹시 ‘보존과학 연구자’에 대해 들어봤니? 보존과학 연구자는 아프거나, 상처가 난 문화재들을 연구하고 치료하고 때로는 대대적인 수술까지 하여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사람을 말해.

아게로, 며칠 전 하교 때 친한 친구들은 집으로 먼저 갔지만 너는 남은 한 친구를 끝까지 기다려준 적이 있잖아. 그 때 참 의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 네가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어.

체육 할 때 보면 피구, 달리기, 농구 등 운동도 잘하는 게 체력도 좋고 지구력도 있는 것 같더라. 그리고 어려운 수학 문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풀어내 끈기도 많은 것 같아 보였어.

또 다양한 지식도 갖추고 있는데다 과학 쪽에 특히 관심이 많아 보였어. 지난봄에는 발명에서 상을 받아 ‘창의력도 있네?’ 하며 놀랐어. 심지어는 미술시간에 색 조합도 잘 맞추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내가 보존과학 연구자라는 직업을 너에게 추천하게 되었어.

그리고 이 직업은 후대에 AI가 들어선다 해도 AI는 기껏 해봐야 정보를 찾아 주는 정도일 테니 보존과학 연구자란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을까 싶어. 문화재보존 과학실에서 복원한 문화재 중에서 ‘봉황모양 유리병’이 있는데 이 유물은 자외선, 적외선, X선, 현미경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분석한 뒤 유리병을 해체해. 그리고 유리병의 입과 목, 몸통 부분 순으로 접합한 다음에 목 부분의 푸른색을 뛰는 에폭수지에 안료를 섞어 원래 색과 비슷하게 복원 하고, 손잡이 부분의 금색줄은 기존 성분과 같은 비율로 배합하여 복원한 문화재가 있어. 아, 혹시 혼자서 이걸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봐 말하는 거지만 각 전문분야의 연구원들이 협력해 복원하는 거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아게로야, 이렇게 자신이 복원한 문화재를 보면 뿌듯하지 않을까? 나라면 엄청 뿌듯할 것 같아. 이 편지로 인해 네가 보존과학 연구자라는 직업과 보존과학에 대해 조금 흥미가 생겼으면 좋겠어. 혹 관심이 생겼다면 더욱 더 좋겠어. 그럼 편지로 더 이상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내일 학교에서 만나서 이야기하자.

2019년 10월 31일
너의 친구 채윤이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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