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더니 인근 교회에서 집을 방문하여 교회를 나오라 권유한다. 설교에 대한 반응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 했는지 목소리를 조금 높이며 “영감님 죽어서 지옥에 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라며 똑바로 쳐다본다. ‘친한 사이일수록 청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이야기 되고 있다.

기도와 선교활동은 활발하지만 반론은 분심을 초래하거나 심하면 사악함으로 간주된다. 나이가 들고 독서를 하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해 본다. 부족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나의 생각이 종교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신앙심을 높이거나 진솔한 삶에 다가가는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나는 종교의 존재의미는 이해하지만 세계인이 ‘그리스도교’ 을 모두 믿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사람의 생각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과 기후와 환경, 신화와 역사, 전통과 관습 등에 의해 생각이 쌓여 개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문화가 형성된다고 한다. 몸에 좋은 음식도 지역에 따라, 대륙에 따라 다르지 아니한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육지인 한반도는 사냥과 농경이 삶의 주 수단이었기 때문에 남자인 단군을 시조로 삼고 하늘에서 내려온 분으로 믿었다. 그러나 섬인 제주도는 해녀들이 생업의 중심이 되다보니 여자인 설문대할망을 시조로 삼고 화산활동의 영향인지 땅에서 조상들이 솟아났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시신이 잘 부패 되지 않는 건조한 사막지대에서는 부활과 영생을 믿고, 많은 비가 내려 시신이 바로 부패하는 지방은 환생을 믿어왔다.

풍장을 지내는 티베트인은 먹이로 삼은 동물들에게 시신을 내어주어 보답한다는 생각이고, 북미의 원주민들 역시 풀을 먹은 동물을 사냥하며 살았기에 시신을 풀의 거름으로 내어주는 것을 자연의 순환으로 당연하다 믿었다. 목축을 주로하고 불변의 해를 보며 태양력을 기준으로 살아온 서양인들은 ‘영원성’을 이상으로 여기었고, 변화하는 달을 보고 농경을 주로하며 태음력을 기준으로 살아온 동양인들은 삼라만상의 ‘변화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며 살았다.

척박한 환경 하에서 고달픈 육신보다 영혼에 의지하며 오직 신의 구원에 매달리던 서양인들은 스스로가 인정한 가난과 암흑의 세계에서 천년을 크게 넘는 세월을 보냈다. 중국의 발전상에 경악하며 중국이 발명한 화약과 나침반을 실용화 하여 신대륙을 찾고 노예제도와 식민지제도를 활용하여 세계의 소중한 자원들을 거두어들이며 부와 권력의 바탕을 확립하게 된다.

자원은 독점하며 반대로 성경을 보급하면서 믿음의 뿌리가 다른 미개발 지역민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하고, 죽어 천당 간다는 말과 추상적인 행복 론 속에 스스로의 발전의지를 포기케 하고, 가난을 고착화 시키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저임 노동력과 농산물의 공급처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를 앞세워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세계는 차별화와 부의 편재와 소외로 큰 어려움을 격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와 민속 고유 신앙 및 기타 종교로 대략 사등분된 종교 하 에서도 큰 분쟁이 없는 우리사회를 보고 세계인들은 놀라워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살아온 이 땅이 사계절이 분명하여 일방적인 치우침 보다 계절별 존재의미와 그 속에서의 삶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인식한 지혜의 결과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시아에서 먼저 서양을 눈여겨보고 개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서양의 발전된 기술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 일본은 백 명이 넘는 젊은 엘리트들을 2년 이상 유럽에 보내어 보고 느낀 바를 학습해 오도록 했다. 그들이 내놓은 집약된 보고 중 하나는 이렇다. 서양의 기술과 과학은 놀라우나 정신세계만큼은 결코 본받을 것이 못된다는 결론이었다.

서양 사람들은 우월주의와 과도한 욕망으로 문제가 많다는 이유였다. 일본은 그리스도교를 전제하지 않는 네덜란드와 수교하게 되었고 오늘날도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를 모두 합해도 0.6%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72년 이상 행복을 연구한 미국 하버드대학의 ‘행복론’ 강의는 세계최고의 명 강의로 유명하다.

종교에 대한 두 가지 주장이 눈길을 끈다. 독백 같은 기도 위주의 미성숙한 종교적 신념보다는 열린 마음의 영적 성숙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신에 대한 경애심에서 삶에 대한 소중한 인식으로, 믿음에서 사랑과 희망으로, 수치심이나 죄의식 심판의 사고에서 긍정·감사·용서의 따뜻한 마음을 가져라 말한다. 예수님과 믿는 이만이 하느님 아들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신의 자녀라는 생각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역사·철학·문학을 공부하듯 성경을 공부하여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야겠지마는 나이가 들면 종교를 내려놓고 전능, 불멸, 영생 등의 고착된 생각보다 자연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세상의 이치에 따라야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미리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보다 나은 해답을 찾는 여정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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