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 신호위반 여전

강화된 도로교통법에 불안한 운전자…단속강화 절실

지난 10일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와 관련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소위 민식이법(도로교통법일부개정안)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됐지만 학교 주변에는 여전히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학교 주변을 운행하는 운전자 역시 실질적인 현장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 가중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불법 주차 등 학교 주변 탈·불법 요소에 대한 행정당국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하교 시간인 20일 오후 4시 어린이보호구역인 광양서초등학교 정문 앞. 조그만 사거리가 교차하는 이곳은 신호등이 작동 중이지만 지나는 차량 대부분은 정지 신호인 빨간신호등을 무시한 채 운행을 계속했다. 신호등이 작동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평소 운행 습관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까닭에 아이들은 좌우로 오가는 차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를 뛰어가야 하는 상황도 자주 목격됐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도로가 이어진 광양동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갖고 지켜봤으나 신호를 지켜 운행하는 차량은 거의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동초의 경우 학생들의 주 통학로인 정문을 지나는 일방통로(숲샘 방향)가 반복되는 양면주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따로 인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만성적인 불법주차로 아이는 물론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기 일쑤여서 도로를 횡단하는 아이들과의 위험천만한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중마동과 광영동 등 도심권역 학교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다. 특히 이들 도심권 학교는 등하교 지도교사가 아예 없는 주말에도 학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지만 운전자의 안전의식은 오히려 느슨해지면서 무방비 상태로 사고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실정이다.

서초 5학년인 A(12) 군은 “등교 시간엔 녹색어머니회원 등이 등교를 도와줘서 무섭지 않지만 시간이 제각각인 하교 시간이면 과속으로 달리거나 신호를 무시하는 차량 때문에 무서울 때가 많다”며 “어른들이 우리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 항상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 아무개 씨는 “스쿨존은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 적용돼야 하는 곳인데 이를 무시하는 어른들이 많아 아이가 집에 올 때까지 매번 불안감에 시달린다. 오죽하면 아이가 걱정스러워 일부러 학교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며 “운전자의 양식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스쿨존 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학교 주변 차도에는 어린이보호구역과 제한속도 30㎞를 여러 곳에 표시해 놓았고 보도에도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여러 개 있으나 제한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며 “특히 주말이면 학교 주변이 온통 주차장으로 변하는 데도 사실상 단속은 손을 놓은 상태여서 오히려 아이들의 안전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운전자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식이법 통과로 법 규정은 강화됐으나 불법 주정차 근절이나 통행로 확보 등 정작 학교 현장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학교 주변을 출퇴근하는 한 운전자는 “민식이법 통과 이후 학교 인근 도로를 지날 경우 많이 조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개선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돌발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신호위반이나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등 법 통과에 맞게 학교 현장의 안전시설도 하루빨리 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쿨존 내 과속방지턱이나 CCTV 설치 등 안전시설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엘로카펫 등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초등학생의 경우 돌발행동이 많은 만큼 안전시설을 충분히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시설도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옐로카펫은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해 스쿨존 내 횡단보도 앞 보도를 노란색으로 만들어 신호를 기다리는 것인데 외부와 구별되도록 하는 효과(시인성)가 상당해 운전자가 쉽게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옐로카펫은 차량 속도를 줄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확인된 상태다.

한편,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말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과속단속카메라, 과속 방지턱,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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