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철 기자

첫 민간 광양시체육회장 선출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동안 정현복 광양시장과의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동행해 온 황재우 광양시 어린이보육재단 이사장의 단독출마로 첫 민간 체육회장은 쉽사리 결정될 것으로 보였었다.

그러나 당선인 교부증 전달 당일인 지난달 27일 황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후보에서 사임하면서 재공고에 나서는 등 상황은 곤혹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사임 이유가 명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치러진 전남도체육회장 선거결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체육회는 황 이사장의 사임에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후보 재공고에 나섰지만 결국 출마를 결정한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후보 추대를 위해 체육계는 물론 다방면의 인사들을 접촉했지만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가 현재 겉으로 드러난 광양시체육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작 선거 자체가 아니다. 이 선거의 이면에는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어 의심할만한 정황과 의혹들이 있다. 체육계는 물론 시민사회 역시 이미 알고 있으나 침묵하거나 애써 관심 밖으로 치워버린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진실과 우리의 침묵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민간 체육회장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영역이 다른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자는 취지에서다. 전국 어느 곳을 막론하고 유력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이 체육회 조직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다.

자치단체장이 회장을 맡고 산하 읍·면·동장이 각각 지역별 회장을 겸임토록 해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기존의 체육회는 그 어떤 단체나 조직보다 미치는 영향력이 넓고 견고한 데 반해 정치적 영향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게 정부의 도입배경인 셈이다.

물론 체육회로서도 각종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 자치단체장 등 유력 정치인의 친위조직으로 활용돼왔다는 오래 묵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광양시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일련의 행태는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무늬만 민선이었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선의 영역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최근 두 달여 간 진행된 민간 광양시 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지자체장의 의중이나 입김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아니 사실상 지자체장이 ‘자기 사람’으로 ‘낙점’한 인사를 내세우고 추대라는 카드로 체육계에 강제하고 있다는 의혹은 결코 케케묵은 음모론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체육회장 선거일정이 제시되자 광양시장이 자율의 경계를 쉽게 허물고 측근으로 불리는 몇몇 특정 인사를 추대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소문은 이미 공공연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의중대로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출마를 위해 직위를 사임했던 어떤 이는 뜻을 접었다.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시간을 등에 업고 그 침묵의 무대 위에서 전횡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부당함에 대한 침묵, 이것이 필자가 현재까지 진행된 민간 광양시체육회장 선거를 목도하면서 겪고 있는 가장 큰 불편함이다.

이 기형적인 상황에 대한 침묵은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이 부당한 현실에 대한 견고함을 암암리에 인정한 채 문제제기를 포기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더욱 소름 끼친다.

“선거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해친다면 그것은 관선이지 민선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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