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기 용강 중학교 3학년

▲ 최민기 광양용강중학교 3학년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치러졌다. 의사진행 내내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고, ‘동물국회’가 재연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회시간에 분명 당쟁은 권력의 독점을 막아준다고 배웠지만 명분 없는 흠집 내기는 국회의 원래 가치와 본질을 상실한 채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의 당쟁이 무작정 싸움하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당 간의 다툼에는 나름의 의리와 명분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시에 실현된 문치주의에서 권력투쟁의 한 형태로 당쟁이 파생된 것이다. 사림은 권력의 독점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지만 아무리 의리와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권력투쟁은 결코 신사적일 수 없었다. 권력욕심은 당쟁의 순기능을 변질시키고 억지논리를 내세우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투쟁은 오늘날 국회까지도 이어져 내려와 현재 국회의원들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비방하고, 자신의 소신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만을 위하여 행동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가 그렇다. 조국 씨의 자질적격성에 반박하는 증거들은 대부분 후보자의 가족에 관한 내용이었다. 연좌제가 없어진 한국에서 자꾸 딸의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국회의원들의 자녀와 관련된 비리나 비행은 급속도로 잦아드는데 유독 이번 일에서만 집중 조명된 이유는 여론을 형성하고 지지율을 하락시키기 위함이다.

학급 회의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재현된다. 학급 초반에는 모든 학생이 각자 소신 있는 의견을 표현하고, 근거에 기초하여 주장을 한다. 그러나 점점 학생들은 자신과 친한 친구의 의견을 따르거나 자신과 의견이 같은 친구들과 여론을 형성하며 삼삼오오 보이지 않는 분열을 시작으로 팀이 나뉘기 시작한다. 이렇게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처음에는 논리를 기반으로 논쟁하지만 점차 목소리가 커지고 욕설도 오간다. 현재 국회의 모습도 이런 과정을 통해 변해 왔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수많은 변수들이 있겠지만 대강의 흐름을 유추해 본다.

인간은 한시도 쉬지 않고, 의리, 명분 그리고 권력과 막대한 부 등의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고, 때로는 몸싸움과 욕설이 오간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분쟁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러나 모든 가치추구는 비폭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 폭력이 한번이라도 사용되었다면 그 가치추구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국회에서 회의를 하는 것은 이상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더군다나 조선시대 때 강조된 의리는 오늘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는 현재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명분만을 좇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현재의 의사결정 제도는 유지하면서 국회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이 감시가 강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이러한 국민의 참여는 대통령들로 하여금 자신이 국민의 대변인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또한 국회의원도 탄핵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며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준 사람이 바로 우리 국민임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권력의 원천에 대한 인식변화는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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