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들의 교류와 소통, 힐링 기회 마련
강사이자 수강생으로 각각 재능기부 연대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워킹맘들은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으로 다시 출근한다’는 우스갯소리지만 차마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종종 내뱉곤 한다.

일과 육아, 가사로 인해 24시간 중 자는 시간 외엔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엄두조차 못내는 워킹맘들의 마음, 워킹맘들이 알지 누가 알까?

그래서 ‘으뜸두레’가 탄생했다.

중마동에 사는 워킹맘 7명이 뭉쳐 만든 마을공동체 ‘으뜸두레’는 워킹맘들과의 정보공유, 소통을 하고 여가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힐링타임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을 지난 9월부터 진행했다.

‘으뜸두레’는 아리아리플리마켓을 운영하는 광양셀러협동조합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각자 공방이나 먹거리 사업체 등을 운영하는 워킹맘들이다. 각자 사업 때문에, 가정 일 때문에, 아이들 사정으로 인해 모임 한번 갖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오히려 더욱 이 사업을 진행하고 싶었다고 한다.

용현미 으뜸두레 대표는 “여성들은 감정의 교류나 수다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워킹맘들은 나와 비슷한 상황의 타인과 교류할 기회나 시간이 많지 않다”며 “회원들과 이야기하다 육아와 교육 정보도 나누고, 힐링할 시간을 우리가 마련해 주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나와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남을 갖고 가만히 앉아서 얘기하라고 하면 어색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원들이 가진 재능을 통해 재밌는 경험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매주 한 두 번 저녁 7시~9시까지 중마동에 있는 광양셀러협동조합 사무실에서 17명 정도의 워킹맘들이 만나 커플립밤, 화분, 플라워리스, LED조명 어항, 손뜨개 소품, 밀랍초, 와인잔, 인테리어 무드등, 가죽키링 등 생활소품을 만들고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의 수강생 모집 광고를 보고 모인 낯선 이들이었지만 ‘워킹맘’이라는 공통 상황의 공감대로 인해 급속도로 친해졌다.

한 수강생은 사무실 앞을 지나가다 늦은 밤 여자들이 모여 시끌벅적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친분이 두터워지자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공동플랫폼을 빌려서 아이들과 쿠키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17명의 워킹맘들이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오니 50여명이 넘는 대규모 강의가 돼버렸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함께 하니 아이들끼리도 금방 친해지고 그만큼 엄마들의 만족도도 더욱 높았다.

재료비가 만만치 않지만, 마을공동체 지원금으로 재료를 사, 전액 무료 강좌로 진행했다.

“강사료는 전부 재능기부로 이뤄졌기 때문에 좋은 재료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용현미 대표는 말했다.

으뜸두레 회원들은 무료 강좌지만 높은 퀄리티의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타 지역까지 출장가 재료를 구해오기도 했으며 준비를 하면서 날밤을 새기도 일쑤였다.

한 사람씩 전문 분야가 있었지만 각자 일과 육아로 시간 낼 틈이 없다는 걸 알기에 매번 준비를 같이 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2달여간 거의 쉬질 못했다는 으뜸두레 회원들.

하지만 워킹맘들이 행복해하고 서로 친구가 되면서 오히려 본인들이 더 많이 힐링했다며 행복해했다.

용현미 대표는 “앞으로 젊은 엄마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상황들이 많아져 외롭고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공동체 안에서 의지하고 행복하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으뜸두레와 광양셀러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앞장서 터를 닦아 지속적으로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밝혀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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