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 후 사망한 여교사 아버지 ‘국민청원’

광양지역의 한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A씨의 가족이 A씨가 디스크 수술 후 의료과실로 사망했다며 진상규명과 의사, 간호사 등 사고 관련자들의 책임 여부를 명명백백히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7일 ‘디스크 수술 후 의료과실로 사망한 제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을 게시했다.

A씨의 아버지는 “평소 지병이 없는 건강하고 젊은 제 딸이 P시에 있는 디스크 전문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24시간도 안 돼서 사망하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올해 만 48세인 A씨는 남편과 고등학교 1학년 쌍둥이를 둔 엄마로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다. 20년을 넘게 교편을 잡으면서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해오던 그는 최근 허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해 P시의 디스크 전문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라 진단했고 일차적으로 병원장에게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통증이 재발해 결국 같은 병원을 재방문해 수술을 받게 됐다.

병원장인 담당의사는 수술이 끝나고 4시간 후면 걸어 다닐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으나, 수술 후에는 수술 중 경막이 손상돼 4일간 꼼짝 않고 누워있으라고 했다.

의사가 시킨 대로 병원에 누워만 있던 A씨는 5일 후 걷는 연습을 하라는 의사의 말에 따라 일어나 화장실을 갔으나, 배가 아파 쓰러져 처치실로 옮겨졌고 급기야 의식까지 잃었다.

이후 병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2시간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어 5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종합병원에서는 검사 후 “혈전이 폐동맥을 막았다”며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했다고 한다. 혈전을 녹이는 약을 썼지만, 차도가 없어 또다시 1시간 넘게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학병원은 떨어지는 A씨의 혈압을 잡기 위해 인공심장도 달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몇 시간 만에 결국 사망 선고를 했다.

A씨의 아버지는 “아무 죄 없는 딸이, 멀쩡하던 딸이, 겨우 허리 좀 아팠다고 해서 왜 갑자기 늙은 아비보다도 먼저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너무 억울하다”며 “첫 병원에서, 쓰러진 딸 옆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던 무능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그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온몸에 서슬 퍼런 전율이 흐른다. 매주 주말이면 가까이 있는 친정을 찾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 모습을 더 볼 수 없기에 이렇게 가슴이 미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수술 후 잘 생긴다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병원에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에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아무 검사도 하지 않고 딸에게 겨우 마사지나 하고 있었던 것이 제대로 된 응급조치인지 △병원장이 나타나 ‘마사지를 했으니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해서 의사만 믿고 기다린 것이 아비로서 잘한 짓인지 △그렇게 천금 같은 2시간을 소비하고서야 다른 병원으로 보낸 것이 병원의 적절한 대응인지 △담당 형사는 병원이 죄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형사 수준에서 그렇게 간단히 단정 지을 정도로 이게 단순한 문제인지 등을 잘 모르겠다”며 “이렇게 죄다 모르겠는 이 늙은 아버지에게 병원이 잘못했다는 것을 밝혀내라고 하는 것이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이냐”고 하소연했다.

A씨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억울하게 짧은 인생으로 끝나버린 아까운 제 딸. 그 아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이 사건의 진상을 확실히 규명해주시고, 의사, 간호사 등 사고 관련자들이 정말 제 딸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없는 것인지 대통령님께서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의 손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수많은 국민을 위해 수술실에 반드시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유가족이 의사의 과실을 전적으로 입증해야만 하는 현재의 의료소송제도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고쳐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료선진국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 청원은 19일 현재 8만3760여 명이 동의를 표한 가운데 청원 마감은 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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