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혜택 부족한 주민들에게 뮤지컬 장르 전파
음악만 좋아하면 누구나 ok, 댄스‧발성‧미술 강의
함께 무대에 서며 이웃과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 확산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뮤지컬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무료로 춤과 노래를 알려드립니다. 주민들과 함께 공연도 한다고 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지난 3월 어느 날, 주공1차와 부영 아파트에 울려 퍼진 내부 방송 소리다.

일반인들이 모여 3년째 활동중인 뮤지컬 동호회 ‘썬샤인 뮤지컬’은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이 많지 않은 노후 아파트 주민들에게 뮤지컬을 알리고, 함께 무대에 서는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도 할 수 있는 뮤지컬’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다.

중마동 주공1차와 부영 아파트를 찾아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단지를 돌리고, 관리실에 안내방송을 부탁했다. 각 동별 1층 현관마다 안내문도 붙였다.

그렇게 매주 10명-15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이들은 마동 근린공원 인근 2층 연습실에서 방송댄스와 발성 연습, 무대 세트 제작을 위한 미술 강의를 무료로 수강했다. 수강료는 무료지만, 각 분야에서 수년 이상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전문강사를 초빙했기에 수업의 퀄리티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소도시인 광양에서는 흔치 않은 뮤지컬 관련 강좌였기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의 열정 또한 남달랐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 두시간씩 모여 뮤지컬 발성과 춤, 노래, 대본 리딩 등 기본기를 익혔다. 이렇게 익힌 실력을 중간 점검하고자 지난해 8월말 금요일 저녁, 주공 1차 앞 문화의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호기심으로 하나, 둘 모여든 관객 30여 명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고, 우렁찬 박수도 받았다.

호응에 힘입어 10월 2차 버스킹 공연을 진행해 공동체사업으로 익힌 재능들을 마음껏 뽐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수강생 중 가장 열의와 재능을 보인 1명에게는 ‘썬샤인 뮤지컬’ 연말 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한 공연에 함께 설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천주교 요양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가족간의 희노애락을 재밌고 감동있게 풀어낸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공연이었는데, 이날 버스킹 공연을 함께한 주민은 “살면서 이렇게 큰 박수와 주목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데 정말 꿈만 같은 기분”이라며 기회를 만들어 준 썬샤인 뮤지컬 단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제인옥 썬사인 뮤지컬 단장은 “뮤지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비싼 공연 관람료, 성악 전공자, 오페라, 예술의 전당 등 접근하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며 “그러나 뮤지컬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장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어 이런 공동체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제인옥 단장은 어릴 적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뤄보고자 2년 전 뮤지컬 동호회를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특별한 조건 없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단원을 모집했다. 현수막도 내걸고 주변 인맥도 총동원하고 심지어 길거리 캐스팅에도 나섰다.

제인옥 단장은 “단원을 모집하려고 하니 길에서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도 유심히 봐지더라”면서 “모르는 사람이 가서 무작정 명함을 주고 함께 하자고 했더니 서울 홍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 이상한 사람이라고 오해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에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도전해 더 많은 주민들과 함께 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뮤지컬 단원도 상시 모집하고 있으니 언제든 연락(010-9260-2372)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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