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 강사들, 주소지 이전 압박 부담 호소

강압 분위기에 위장 전입하거나 채용지원 포기하기도
중마동 주민자치위, 거부하자 미채용…강사 못 구해 폐강

광양이 연말마다 무리한 인구 편입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센터 강사를 모집하면서 주소지 이전을 권유해 수강생들과 강사들의 원성이 일고 있다.

특히 중마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기존 강좌를 강의하던 강사가 주소지 이전 제안을 거절하자 재채용을 거부, 결국 다른 강사를 구하지 못해 봄 학기 해당 강좌를 폐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비뚤어진 인구 늘리기 운동이 애꿎은 시민들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다.

중마동 주민자치센터는 지난해 12월 중마동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강사 22명을 모집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원서를 접수한 강사 A 씨의 주소지가 광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직전 학기 대체 강사로 투입돼, 3개월간 기존 강좌를 진행해 온 강사로, 해당 강좌에 단독으로 원서를 접수했다.

중마동 주민자치위원회는 A 씨를 면접하면서 “광양에서 함께 지내며 소통하고 호흡할 강사를 원하는데 주소지 이전을 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A씨는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한 뒤 면접장을 나왔다.

이후 A 씨가 “개인 사정으로 주소지 이전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통보하자 주민자치위는 A 씨를 채용하지 않고 올해 1월 해당 강좌의 강사 채용을 재공고했다. 그러나 끝내 강사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강좌를 폐강했다.

이에 기존 강좌 수강생들은 동사무소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반발했다.

한 수강생은 “강사님께 재밌게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주소지가 광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아 결국 수업을 못 듣게 됐다”며 “다른 지원자가 없다면, 아무리 인구 늘리기가 중요해도 이미 문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서 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강사 채용 공고문의 자격조건에 기재되지 않은 ‘주소지 제한’으로 인해 강좌가 폐강에 이른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시민들이 여태 누려온 혜택을 빼앗으면서 새 인구를 유입시킨다는 건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민자치센터를 비롯한 각종 평생 교육 강사들에 대한 주소지 이전 압박은 비단 중마동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수강생들과 강사들의 말이다.

한 강사는 “보통 평생교육 강사들은 인근 여러 지역의 강좌를 돌아가면서 수업하는데, 광양에서 강좌를 맡으려면 주소지를 옮겨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위장전입 하거나 아예 지원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강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지역은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광양이 특히 유별나다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관계 공무원은 주민자치위에서 자발적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시차원의 개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 강사 인프라가 한계가 있어 시민들에게 다양한 강좌를 수강할 기회를 드리기 위해 강사 채용에 있어 주소지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주민자치위원회의를 통해 강사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순기 중마동장도 “해당 강좌가 수강생이 적고, 강사 모집에 어려움도 있어 폐강했다”며 “주민자치위에서 강사채용을 결정하고 우리는 의견 제시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기택 중마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강사 채용시 주소지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광양에 거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권유를 했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해당 강좌가 수강생이 적어 폐강 대상 강좌였으나 기존 수강생들의 편의를 위해 폐강을 막아보려 두 차례 재 공고를 하고 개인적으로도 강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으나 결국 잘 안 됐다”며 “어쩔 수 없이 정원 50% 미만이면 폐강할 수 있다는 원칙대로 폐강을 결정하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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