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계와 가짜뉴스 확산, 마녀사냥 지양해야

▲ 김보라 기자

지난주 목요일, 7살 난 둘째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오르고 기침, 가래 증상을 보여 날을 꼬박 샜다. 면역력이 약해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달고 살던 아이라 평소 같으면 비상약을 먹이고 재운 뒤 다음날 아침 병원에 갔을 것이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혹시 코로나19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이는 잠들었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만약 코로나 19라면 어떻게 하지?’ 아이는 어린이집에 안 간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내가 창간호 준비를 위해 지역 전역을 누비고 다녔던 터라,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병을 옮긴 건 아닌지,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모르니 일반 병원에 가지 말고 사랑병원 선별진료소를 가라는 말을 듣고, 아이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후 자차로 선별진료소로 향하면서 정말 무섭고 두려웠다.

나쁜 엄마일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아픈 것보다는 그동안 내가 어디를 다녀왔지, 일 때문이라지만, 온 천지를 누비고 다녔기에 혹시나 우리 가족이 슈퍼 전파자로 사회적인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가 더 두려웠다.

그 무렵 순천 20대 여성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사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그에 따른 카더라 통신, 가짜인지 진짜일지 그녀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만한 이야기들이 지역사회에 확산되면서 그 여성에 대한 손가락질이 엄청 났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선별진료소에서 문진을 받고, 부모가 증상이 없으니 일반 진료를 받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소아과에서 ‘성홍열’이라는 진단을 받고선, 오히려 안심이 됐다.

‘성홍열’도 법정 전염병이기에 48시간 아이를 격리시키고, 보건소의 역학조사도 받았다. 아이가 언제까지 어린이집에 등원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충실히 답변하고 집에서 격리 수칙을 지키면서 코로나 19 확진자나 가족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아이는 어느 정도 나았으나 이번에는 내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하필이면 마감날인 금요일 오전 발열과 오한, 몸살과 간헐적인 기침이 시작됐다. ‘자가격리를 해야 하나? 마감은? 집에서는 도저히 아이들 때문에 기사를 쓸 수 없는데’ 사무실에 양해를 구한 후 약을 먹고 잠시 쉬었더니 몸이 가벼워졌다. 오후에 사무실에 나와 기사를 쓰고 있지만 기침이 나올 때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무실 직원들은 그냥 단순 감기일거라며 미안해하는 나를 안정시켰지만, 나의 불안감과 죄책감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마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감염 확산을 위해 과할 정도의 예방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모든 일상이 파괴되는 상황들이 발현하면서 정말 답이 보이지 않는 혼돈 속에 모든 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지역 내 확진자가 발생한 후 동선이 공개되면서 그 가족을 향한 도를 넘을 정도의 비난이 들리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지역민은 맘 카페에 글을 올려 “광양 확진자는 아이들을 돌보며 마트 외에는 어디도 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예방 활동을 했는데 비난하는 것은 정말 너무한 것 같다”며 “모두의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두고 치료를 받아야 할 애기엄마와 그 가족들을 정신적으로까지 너무 힘들게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 의견에 정말 동감한다. 코로나 19, 나와 내 가족이 걸릴 수도 있기에 더욱 말을 조심하고 돌아다니는 각종 설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마녀사냥에 또 다른 피해를 낳는 일은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픈 아이와 또 다른 아이의 보육을 위해 많은 고민 끝에 나는 2주간 무급 가족 돌봄 휴가를 쓰기로 했다. 나의 부재로,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지만, 흔쾌히 양해해준 사무실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