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애들 교실이라는데 걱정 없을 수 없죠”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결정한 수험생인 고 3학년과 중 3학년은 9일부터, 고 12학년과 중 12학년 그리고 초 4, 5, 6학년은 16일, 초등 저학년인 1, 2, 3학년은 20일 등 단계적 개학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보이지 않으면서 더 이상 개학을 미룰 경우 수능은 물론 학사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육당국의 온라인 개학 결정에 학교는 물론 학부모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진 요즘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각 가정을 교실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한 까닭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최근 책상과 컴퓨터를 새로 구입했다. 원래 아이들이 같은 책상에서 공부도 하고 노트북을 나눠 쓰기도 했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딸과 아들 방에 각각 책상을 놓기로 하고 이참에 새로 구입한 컴퓨터도 아들 방에 설치해줬다.

이 학부모는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교육부의 결정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책상과 컴퓨터를 새로 구입했다”며 “원래 노트북이 있어 서로 번갈아 썼는데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없어서 구입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룸 형태의 주거공간에 살고 있는 다자녀 학부모의 경우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고민은 훨씬 심각하다. 공간을 둘로 나눠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학년과 6학년 딸을 둔 한 엄마는 “각자 온라인수업을 들으려면 따로 방이 있어야 하는데 원룸에 사는 처지여서 마땅한 대안이 없어 힘들다. 이런 현실이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분간 방을 분리해 온라인수업을 받아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큰 아이를 친정 부모님 댁에 보낼 생각”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 때문에 아이들에게 괜한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둔 학부모 역시 고민이 크다. 아이들 대부분이 온라인수업이라는 교육 현실이 익숙지 않은 데다 컴퓨터 사용법 등도 생소한 탓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될 즈음 2주간 휴직한 뒤 최근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 A 씨는 초등학교 2학년과 7살 두 아들을 둔 한 엄마다.

A 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를 다루는 데 익숙지 않아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특히 오랜 시간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를 본다는 게 힘들지 않을 수 없어 자꾸 움직이려 들 텐데 과연 학습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현실적으로 아이가 온라인수업을 받는 동안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나이인데 맞벌이 부부인 탓에 도움 주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조차 휴원으로 집에 있는데 아이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차라리 개학하지 않는 것보다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색하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퇴직이 가까운 교사의 경우는 학생들보다 온라인수업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광양교육지원청 조정자 교육장은 1일과 2일 지역 내 초·중학교장과 함께 전남도교육청 온라인 플랫폼 중 하나인 줌(ZOOM)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각급 학교장이 온라인수업 방법을 알아야 일선 교사들의 고민도 쉽게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조 교육장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모든 학교는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1일부터 3일간 모든 학교의 교직원들이 출근해 온라인수업 방법과 학습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온라인수업을 두고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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