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섞여 버려진 생활쓰레기…도시 경관과 위생상 문제 많아

불법 투기 단속보다 분리 배출할 장소 단계적 마련

온갖 종류의 분리되지 않은 생활쓰레기로 주택가 가로수 아래나 담벼락은 암묵적 쓰레기 배출 장소로 전락했다. 이 같은 주택가 쓰레기 무단투기는 도시 경관 저해뿐 아니라 시민 건강도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광양시는 100세대 이하 다세대주택의 재활용분리수거함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민의 불편에 귀를 닫고 있다.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은 쓰레기 분리수거 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구분해 배출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다. 그러나 100인 이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밀집 지역의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활쓰레기를 딱히 버릴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집 앞에 내놓기 때문에 정리되지 않고 쌓은 쓰레기더미는 거리 풍경의 일부가 돼 버렸다.

여름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음식물쓰레기와 뒤섞인 생활쓰레기는 1층에 거주하거나 영업하는 가게는 물론이고 길을 지나는 행인의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해충 발생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광양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광양읍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생활 쓰레기를 분리하고 싶어도 분리 배출할 곳이 없어서 대충 봉지에 담아 버린다”며 “비 오는 날이나 장마철 원룸 앞에 놓인 폐지나 종이류는 젖어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비닐류도 봉지에 담아 버리지만 바람 부는 날엔 길가에 나뒹굴 때도 있어 수거해가도 재활용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광양시 조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광양시의 쓰레기 배출방법에 관한 조례는 ‘생활폐기물 또는 사업장생활계 폐기물로서 생활폐기물과 성질과 상태가 비슷한 폐기물을 배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장이 제작한 규격봉투에 담아 묶은 후 지정된 장소에 지정된 시간 또는 청소차 도착 시 이를 배출해야 된다’고 돼 있다.

조례에서 정한 100인 이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등의 쓰레기 배출 지정 장소는 해당 건물, 주택의 앞이다.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 분리해서 배출할 경우 해당 건물 앞에 쌓아 놓아도 불법이 아니다. 광양시의 관련 조례에는 쓰레기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배출할 경우 에만 쓰레기 무단투기이다.

중동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원룸에 거주하는 임 모 씨는 “아침 출근길마다 원룸 앞 가로수 앞에 음식물쓰레기랑 뒤섞여 버려진 쓰레기로 기분이 상한다”며 “작년 여름 2층에 거주해도 냄새 때문에 너무 불편해서 시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법적 의무는 아니라 당장 개선이 힘들다는 회의적인 답을 얻고 낙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해 집 앞에 놔두면 불법이 아니고, 분리하지 않고 섞어서 버리면 불법 투기가 된다는 말인데 쓰레기를 분리만 하면 아무 곳에나 놔둬도 괜찮다는 뜻이냐”며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고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것이 행정의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런 소규모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의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도시 경관 개선과 지역민의 민원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지자체도 있다.

전주시는 2015년 조례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노인복지주택 사업시행자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바닥면적의 넓이가 1천㎡ 이상의 대형건물 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수집·보관할 수 있는 분리수거 용기를 기준에 따라 설치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즉 대형건물뿐만 아니라 원룸이나 상가 주택 등과 같은 작은 규모의 건축 시에도 일정공간에 간소한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세대 밀집 지역도 쓰레기 분리배출 공간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타 도시의 모범 사례를 보더라도 개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양시는 다세대 밀집 지역의 생활쓰레기 분리수거함 설치 등을 단계적으로 실시해 도시 환경 개선과 시민의 건강을 위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변화뿐 아니라 거주민의 높은 시민 의식과 협조 또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현재 시행되는 조례의 테두리 안에서 불편함과 개선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며 “마을 단위에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고 있지만 소규모 공동주택까지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넣기엔 아직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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