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 광양항 간담회서 항만공사 등 질책

“도 담당공무원 매일 광양항 출근해 문제해결” 지시

광양항이 코로나19 감염증 확산과 대형선사의 해운동맹 가입에 따라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가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관계기관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기관별 실무적 차원에서 단기과제 해결이 충분한데도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 따른 경고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월드마린센터에서 열린 물동량 감소 대응을 위한 광양항 활성화 지원대책 간담회 자리에서 “광양항 활성화 대책 마련은 전문집단이 해야 하고 이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게 전남도의 몫”이라며 “오늘 간담회에선 실무적 차원에서 협의해 구체제인 방안을 내놨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전남도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서운하다”고 했다.

비록 서운하다는 표현을 썼으나 전남도 해당부서와 여수광양항만공사, 광양경제자유구역청 등 광양항 연관기관별 대책이 제각각인 데다 실무적인 논의와 협의를 통해 합의된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은 채 간담회가 열리게 된 데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김 지사는 “이번 간담회에서는 물동량 확보 방안과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어야 했다”고 다시 한번 질책한 뒤 광양시 철강항만과의 건의자료를 우수사례로 들며 발언을 이어갔다.

광양시는 이날 건의자료를 통해 △셔틀 운송단가 보전 △공컨테이너 전용 적재장소 확보 △세척장 및 정비소 확대 등을 전남도에 건의했다.

구내운송의 경우 부산항에 비해 운송료 높아 항만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는 반면 평균 운송횟수는 적어 특수화물노동자의 수익이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운송료 차액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운송료는 화주가 항만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만큼 부산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운송료 차액 보전 등 실행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컨테이너 전용 적재장소 확보와 세척장 및 정비소 확대 건의 역시 광양항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핵심과제라는 게 광양시의 의견이다. 화주와 선사는 물론 물류업계의 최고의 서비스는 화물처리 속도에 있음에도 승하차 및 검사, 세척 대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작게는 1시간에서 늦으면 3시간까지 소요돼 비용부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광양시의 의견에 대해 김 지사는 “광양시의 건의는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당장 해결해야 하고 시행 가능한 사안”이라며 “광양시가 당장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과는 달리 항만공사나 전남도의 건의자료를 살펴보면 그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장기 활성화 계획과 함께 단기 처방전 역시 신속하게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더 나가 “전남도 해양담당 공무원이 앞으로 한 달간 매일 광양항으로 출근해 항만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실무협의회 구성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역시 “광양항의 시스템 자동화가 부산항보다 훨씬 나음에도 화물처리 속도가 더 늦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선사와 물류업계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류업계 관계자 역시 “긴 동선 등 현재 운영 중인 세척장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면적이 충분한 배후부지에 세척장을 만들면 대폭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며 광양시의 의견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선 광양시가 건의한 세척장 확대방안에 대해 15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소요예산 중 전남도가 50%를 부담하고 광양시와 항만공사가 각각 25%를 부담키로 하는 등 현장에서 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밖에 김갑섭 광양경제청장은 “세풍산단 배후단지가 빨리 지정될 수 있는 출발선에 서 있다”며 “배후부지에 입주할 기업은 물류기업보다 자체 화물창출이 가능한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등 물동량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감염증 확산과 해운동맹 가입에 따른 대형선사 이탈로 광양항의 물동량 감소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물동량은 전체 물동량과 컨테이너 물동량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4분기 광양항의 전체 물동량은 지난해 7754만6천 톤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10.8%가 감소해 6918만톤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컨테이너물동량 역시 지난해 61만7천TEU에서 55만3천TEU로 10.4% 감소했다.

특히 광양항 컨테이너물동량은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이전 현대상선 등 대형선사의 광양항 이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4월부터 차츰 나타나기 시작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물동량 감소추세는 5월 들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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