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개 전남지역 시민단체 공동대책위 꾸려 공동대응

시민단체 “시민단체 재갈 물리고 위축시키려는 의도”
포스코, 허위사실 유포로 녹색연합 박수완 국장 고소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문제를 제기해 온 지역 환경단체 소속 한 시민활동가를 지난 1월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분노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광양경찰서 정문 앞에 전남지역 94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는 포스코가 광양만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데 따른 항의 차원이다. 박 국장은 이날 첫 경찰 조사를 앞둔 상태였다.

이번 시민활동가 고소사건의 배경은 지난해 7월 광양만녹색연합이 자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양만권 중금속 농도가 다른 지역 대비 최대 50~80배 높다고 발표하고 기자회견에서 정전사고 당시 광양제철소의 비상발전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광양시가 타지역 철 농도 조사방식과 단위가 녹색연합 자체 조사와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바로 잡은 뒤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한 게 발단이 됐다.

포스코는 당시 광양만녹색연합의 발표 내용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이 단체 상임대표가 아닌 박 국장을 특정해 지난 1월 검찰에 고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공동대책위는 “포스코는 시민활동가 한 개인을 꼭 집어 정보통신법 등으로 고발했는데 이는 시민사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시민활동가에게 올가미를 씌운 것이자 시민운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광양제철소 가동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고 특히 고로 브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무단배출문제는 최고의 환경 이슈였다”며 “지난해 샘플 분석 및 조사결과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민들에게 공개한 것이고 기자회견 역시 코크스 정전사고 이후 사고 재발을 위한 책임과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은 활동가 개인이 아닌 광양만녹색연합과 시민공동대응이 공익 활동의 일환으로 환경개선을 위한 문제제기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힘을 과시하며 활동가를 고소하고 시민단체의 주요역할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포스코는 제철소 가동으로 발생되는 오염물질들이 지역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시민단체 활동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앞으로 건강한 감시와 견제는 물론 잘못된 의도에서 비롯된 이번 고소장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포스코 측에 고소 철회도 촉구했다.
이재민 광양만녹색연합 상임대표는 “포스코는 모든 환경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잘못이 있다면 사죄하고 무엇보다 환경개선에 대한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시민사회를 겁박하고 있다”며 “잘못된 의도에서 비롯된 이번 고소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찰 조사를 받은 박 사무국장은 “포스코의 그간의 행태를 봤을 때 이번 고소에 이어 민사 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고소로 인한 경제적, 심리적 압박을 줘서 입막음하고자 위한 것으로 포스코에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주겠다는 엄포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도 포스코 비판에 가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양시의회 백성호·서영배·정민기 의원과 순천시의회 김미애·이복남 의원 등이 참석해 시민공동대책위와 연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정민기 의원은 “초일류 기업으로서 포스코의 행태에 대해 많이 유감스럽다”며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그렇게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포스코의 행태에 대해서 시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양제철소 측은 “박 사무국장이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지역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했음에도 사과 한마디도 없어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양제철소는 고소장을 통해서도 “박 사무국장은 광양만권 중금속 농도 가운데 철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50∼80배 많다는 허위사실을 발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환경단체는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역의 명예를 훼손시켰다. 올바른 자료로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못된 자료로 지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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