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 덕진의 봄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 3년째 활동
취미 공유 기반으로 텃밭 조성, 봉사 등 영역 확장
“새 아파트 입주로 주민 간 서먹함 없애는데 큰 역할”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봄 오카리나’는 마동 덕진의 봄 아파트 입주민 20여명으로 구성된 취미 동아리로, 2018, 2019년 광양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현재까지 텃밭가꾸기, 봉사활동 등을 이어가며 친목을 돈독히 다지고 있다.

‘봄 오카리나’의 탄생은 동네 통장을 맡고 있는 황숙이 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황숙이 통장은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이들을 교류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마을공동체’ 사업을 접했다.

배우기 쉽고 부담이 없는 악기인 오카리나 연주를 함께 배워보면 이웃 간 소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2018년 광양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계획안을 접수했고, 선정됐다.

아파트 게시판과 입주민 밴드에 공지하고 현수막을 내걸자 많은 입주민들이 연락을 해왔다. 그중 20명을 선정해 지금의 ‘봄 오카리나’가 만들어졌다.

매주 1회 전문 강사를 초청해 오카리나를 배우며 이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40~60대 여성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관심사와 생활 환경 등이 비슷해 서로 마음의 벽이 쉽게 허물어졌다.

처음에는 쉬운 노래로 연습을 하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아지자 이들은 봉사활동에도 나섰다. “드러내놓고 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황숙이 통장의 제안에 회원들은 흔쾌히 따랐다.

첫 봉사 무대는 중마동 시각장애인 자립지원센터에서 가졌다. 시각장애인들은 ‘봄 오카리나’의 열정적인 연주에 감동했고, 장애인 체육대회 공연에도 초청을 받았다.

봉사 공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봄 오카리나’는 틈틈이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센터 등을 방문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장애인들과 협동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8년 1년 동안의 활동에 자신감이 붙은 이들은 지난해 오카리나뿐만 아니라 퀼트도 함께 배워보기로 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황숙이 통장은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도 도전, 바느질 교실, 비누공예, 화장품 만들기, 뜨개질방 등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많은 입주민들의 여가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 ‘언니, 동생’하며 끈끈하게 맺어진 유대관계로, 반찬 나누기, 식사, 여행 등을 함께 하며 공동 텃밭도 가꾸는 등 어느덧 생활 공동체가 됐다.

정일연 ‘봄 오카리나’ 회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신규 입주 아파트에게 특히 필요한 사업”이라며 “요즘은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로 집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웃을 만날 기회가 없어 이사 온 입주민들은 매일 집안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게 다반사인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삶의 활력도 얻고 이웃도 사귀고 할 수 있어 모두가 정말 만족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분 가정주부들이다 보니, 남 앞에 서거나 신문에 소개되는 등 주목받을 일이 거의 없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생전 처음의 경험들을 하게 되니 정말 뿌듯해한다”며 “사이 좋은 이웃, 질 높은 문화생활 등을 통해 아파트 이미지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아파트 일을 진행하고 있는 황숙이 통장은 “회계처리나 서류 작업, 각종 교육 참석 등으로 바쁘고 고되긴 하지만 내가 좀 더 열심히 뛰면 아파트 주민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진다는 생각에 ‘일 벌이기’를 멈출 수가 없다”며 “믿고 잘 따라와 주는 회원들과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황숙이 통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모든 활동이 멈춘 상태지만, 이 사태가 잠잠해지고 나면, 젊은 친구들이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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