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바둑도 판이 끝나면 복기를 해봐야 수가 는다고 한다. 독서도 여행도 자기를 찾는 여정이라고들 말한다. 여성학 연구가 정희진은 글쓰기는 “자신을 알아가고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 것”이라 말을 보탠다. 20대에 입문해서 40대에 꽃을 피워야 한다는 글쓰기를 칠순에 시작한 나의 글쓰기 삶은 어떻게 변화되고, 의미를 찾아가고 있을까. 글쓰기는 많이 미흡하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나에게 소소하지만 분에 넘치는 행복한 삶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평상시와 크게 차이는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집에 집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나의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져보았다

순수하고 정직하며 성실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퇴직 후 찾고 실천한 삶이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도 같다.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고 있는 김 형석 박사는 행복해지려면 우선 “주위에 행복한 인사를 건너는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해보라”권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등산길에서나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에게 감사와 축복이 담긴 인사를 생활화하고 있다. 처음엔 쑥스럽고 반응이 미흡하면 겸연쩍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모습과 예쁜 이야기를 보고 글 쓰는 꺼리를 찾다 보니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일상이 되었다. 얼마 전 산행에서 한 아주머니가 “참 열심이시네요. 제는 주말이면 서산을 찾는데 몇 번 벤 기억이 납니다.” 하며 화답을 해주었다. 진심 어린 사람과 사람 사이 인사 한마디가 하루를 기쁘게 한다.

나는 내 나이에 벅찬 산행을 즐긴다. 이틀 간격으로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고 둘레 길을 돈다. 5월이 가면 만 1년이 되는데 문제는 너무 과한 운동이라 도리어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나의 연골이 버티어 줄까 하는 우려이다. 며칠 전 서울 친구에게서 반가운 카톡이 왔다. 미국의 크룩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분은 60살에 등산을 하기 시작하여 66살에 네바다 산맥 최고봉인 4421m 휘트니 산을 시작으로 81세부터 90세까지 10년 동안 97개 높은 봉우리를 올랐다 한다. 94세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심장과 폐를 가졌다는 진단도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할머니는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쇠퇴하며 힘을 받지 않는 뼈는 약해진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한다. 내가 읽어본『뒤늦게 발동 걸린 인생들의 이야기』에는 한참 늦은 나이에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한 분야의 장인에 도전하고, 순례 길을 향해 나서는 등의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나이 들며 마음을 평온하게 잡아주는 최고의 방법은 꾸준한 연습으로 몸과 마음을 다부지게 붙들어 세우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공부하는 습관이다. 선친께서 “중학교까지만 다녀라.”라는 엄명으로 공부가 미흡했던 나는 나이 들어 늦게나마 공부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책에서 확인해보니 공부는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장수와도 연관이 깊다는 등 좋은 말이 쏟아진다. 평균연령이 40세인 16세기에 미켈란젤로가 80세까지 장수한 것은 그의 왕성한 지적 활동 때문이란다.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 게이츠의 은퇴 후의 삶을 쓴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는 책이 잔뜩 든 상자와 콜라를 들고 오두막에 틀어박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 또한 마지막으로 벗 삼고 의지할 것은 역시 책 이었는가 보다. 거기까지는 나는 이르지 못했지마는 조계종 전 종정이고 2001년 입적한 혜암 스님은 “공부하다 죽어라. 공부하다 죽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수지맞는 일이다.”라고 늘 말씀하셨다 한다. 공부는 분별력을 갖는다는 의미에서는 세상에 대한 예의이고, 스스로를 올바르게 인식한다는 뜻으로 보면 타인에 대한 의무이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대열에 동참한다는 이유에서는 권리이기도 하다.

좋은 일은 좋은 쪽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지며 서로 연결되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공부라 책을 읽었고, “독서는 쓰기로 완성된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아 늦으막에 글을 쓰고 있다. 책상에 오래 안좌 있다 보니 체력이 걱정되어 산행을 즐기게 되었고 서재에 갇혀 있다 모처럼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워 인사를 열심히 했다. 생각할수록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것은 큰 축복이다. 삽과 괭이로 700평이 넘는 밭에 50여 작물을 10년 이상 경작해본 일. 경로 우대의 나이에 밤늦게 공부하며 젊은이들과 같이 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4년 만에 졸업한 일. 칠순 기념으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다녀온 일. 수필가로서 자격도 인정을 받은 일. 이 모두가 조금은 벅찬 일에 도전하는 것이 성취와 용기 속에 가장 큰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해 가고 있다.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방법 또한 원도 한도 없이 최선을 다해 삶에 몰입해 본다는 사실이다. 코로나가 수습되면 동남아 최고봉인 4,101m의 코타키나발루산이 나를 맞이해 줄 것이다. 벌써 가슴이 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