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호 광양제철 중학교 2학년

▲ 전민호 광양제철 중학교 2학년

중학교 교과서에는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수없이 반복해서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부터가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청소년기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깨닫고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내적인 성숙을 할 때 자아 정체성은 형성될 것이다.

조규미 작가의 ‘가면생활자’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 모습을 감추고 전혀 다른 외형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는 마스크를 개발한 이야기 책이다. 아이 마스크 사의 획기적인 개발 작품인 마스크는 고객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은 가면 뒤로 감추고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타인과 교류하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시간을 누리게 해 준다. 마스크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더욱 혐오하게 만들며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자신을 부정하게 만든다.

과학기술의 힘으로 탄생한 아이 마스크 사의 마스크들을 더욱더 진일보하기 위한 최종 테스트 단계로 임상실험 대상에게 현혹할 만한 조건을 걸고 베타테스터들을 뽑는다. 베타테스터란 원래 컴퓨터 관련 업체에서 사전에 점검하여 사용상의 문제점 및 보완점을 발견하고 조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베타테스터는 아이마스크의 새로운 마스크를 착용하며 일정 기간 동안 마스크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문제점을 보완해 완벽해진 물건을 쓰는 소비자들은 최대한 부작용이 해소된 상황이라 문제가 경감되지만 실험에 응하는 베타테스터들은 예측 못한 부작용에 맞닥뜨려 극도의 우울증과 함께 자살에 이른다.

‘르상티망’이란 단어가 있다.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을 르상티망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구하는 욕심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가면생활자들 중에 베타테스터에 응모하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 가져볼 수 없는 고가의 가면을 받게 되며 특정한 이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에서 화려한 파티와 함께 상류층에 속하는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나눈다.

모든 열쇠는 강자로 비유되는 소비자와 아이마스크 사에 있다. 고객의 욕구를 충실히 파악하고 분석해 탄생한 마스크는 아이마스크 사에 의해 조장된 최고의 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는 장소에서 특권을 누리며 소수의 특별한 VIP 소비자가 된다. 물품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며 가격이 올라가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자들의 욕망은 끝이 없고 그들을 받들기 위한 실험용으로 힘없고 가난한데다 정체성까지 약한 베타테스터들은 지각없이 수렁에 빠지는 걸 선택한다.

새로운 물품을 사용하며 생기는 부작용이 자신에게 어떤 불편과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는지 베타테스터들은 자각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피해자들을 이상 실현을 미끼로 현혹시키며 자신을 둘러싼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은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은 걸로 만들어 버리는 아이마스크사의 실험과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실험대상자가 되는지에 대한 인식 없이 서서히 자신을 옭아매는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인지하고 좀 더 올바른 생각과 판단을 하는 성인으로 자라기 위한 길목에 우리는 서 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힘든 현실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는 갖가지 유혹들에서 자신을 볼 수 없는 르상티망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냉철하게 스스로 돌아볼 때이다. 청소년인 우리가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나만의 고유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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