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초기부터 운동회, 음악회 진행…시·도 지원으로 행사 규모 키워
꽃심기, 체험여행, 아침밥 나누기, 공예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2008년 입주해 총 423세대가 생활하는 칠성 e-편한세상 아파트는 입지와 거주 환경이 좋아 매물을 구하기 힘든 인기 아파트다. 입주민의 대다수가 4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중장년층인 칠성 e-편한세상 아파트는 손바뀜 거의 없이 초창기 입주민들이 오랜 기간 정주하며 돈독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칠성 e-편한세상 아파트 입주민들은 ‘마을 공동체 사업’의 개념이 활성화하기 훨씬 전인 2010년대부터 서천변에서 마을 체육대회를 진행해왔다. 이후 2016년부터 가을 음악회와 가족사진콘테스트로 행사를 바꿔 입주민들의 친목을 다지고 있다.

가을 음악회는 입주민들이 조를 만들어 노래, 춤, 악기 연주 등을 연습해 공연하기 때문에 행사때마다 300~4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이들에게는 대규모 관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음악회에 앞서 진행되는 가족사진 콘테스트에 대한 호응이 높다. 가족들끼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찍은 사진을 제출하면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우수작을 선정하는 가족사진 콘테스트는 재밌는 추억과 에피소드를 만들 기회가 많다는 후기다.

칠성 e편한세상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강은정 관리사무소장은 “단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며 내가 사는 곳의 주변 환경에 관심도 갖게 되고 가족과 함께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굉장히 재밌는 사진이 많아 내가 아는 이웃을 찾으며 깔깔웃기도 하고 투표하기 때문에 입주민들 모두에게 굉장히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흥겨운 마을 한마당에 먹을거리가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김밥과 치킨, 맥주 등도 준비해 이웃간 교류와 돈독한 우애를 다질 수 있는 장도 마련한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자발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다 2018년 광양시 마을공동체사업에 참여해 씨앗단계로 선정되면서 보다 규모를 넓혔다.

체험부스도 마련해 부모와 아이들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지난해에는 ‘마을주변 가꾸기’ 사업을 신규로 진행해 아파트 주변 완충 녹지지역에 입주민들이 철쭉 나무를 심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잡초 제거와 물주기 등 꾸준히 녹지지역을 가꿔 올해 예쁜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자 “이번에는 꽃축제를 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뿌듯함과 만족감에 행복해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입주민 30여명이 완도수목원을 체험하는 기회도 가졌다.
원래 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체험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어린 자녀와 함께 신청한 입주민들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그래도 비오는 날 숲을 산책하며 입주민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해는 부녀회 주최로 전남도 마을공동체 씨앗단계에 선정돼 가죽과 나무를 활용한 공예 수업, 폐현수막으로 시장바구니 만들기, ‘우리함께 아침 먹자’ 사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일정이 미뤄져 지난 달 말부터 공예수업이 시작됐고, 3월 개학에 맞춰 진행하려던 ‘아침 김밥 나눠먹기’ 행사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고재율 전 입주자대표회장은 “아이들과 직장인들이 아침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침 아파트 정문에서 김밥을 나눠주면 입주민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칠성 e-편한세상 아파트에서 오랜 기간 공동체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단합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지원,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 삼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져서 가능했다.

배춘엽 입주자대표회장은 “아파트 생활이다보니 주민들하고 화합의 시간이 없고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공동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다보니 이웃간 허물 없이 다들 친하게 지낸다”며 “다만 커뮤니티 공간이 많지 않아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제약이 있지만 2016년 시 보조사업을 통해 빈창고를 개조해 만든 아나바다 나눔장터에서 이웃들과 부대끼며 소통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칠성 e-편한세상 아파트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입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들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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