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원 광양여자중학교 2학년

▲ 최혜원 광양여자중학교 2학년

이호철 작가의 ‘닳아지는 살들’은 남과 북의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문제를 소통이 단절된 가족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다. 처음 이 단편소설을 접하게 되었을 때 제목인 닳아지는 살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궁금해 하며 읽었는데 끝부분 또한 이해가 쉽지 않아 인상 깊었다. 반 백치인 집 주인의 딸 영희가 식모가 들어오자 언니가 왔다는 거짓말을 하고 식모는 실실 웃는 장면도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한번 책을 들여다보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인민군으로 동원되어 6.25전쟁에 참가했다 월남한 이호철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이 소설은 평소 통일, 분단과 관련해서는 간접적으로만 접했는데 새로운 의미가 되었다. 전쟁이 빚은 이산가족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어떤 무기력으로 서로에게 아픔을 전달할 수 있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이산가족 문제를 정부나 사회가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하는지 어떤 대책을 제시하고 의논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정도였다.

이산가족은 분단으로 인해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을 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6.25 전쟁 직후 나라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 남한에도 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이 상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KBS는 ‘일천만 이산가족 상봉 캠페인’을 진행해 수백만 명 시청자의 주목을 끌었고, 원래 95분으로 예정되었던 방송은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반응에 453시간 45분으로 연장됐다.

109,000명의 등록자 중 10.000명 이상의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의 정치적 문제로만 생각을 했는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함께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특정한 시대에 국한된 사회적 문제가 아닌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닳아지는 살들의 가족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속해 있지만 각자의 세상에 갇혀 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분단에 의해 북한으로 시집갔던 맏딸이 돌아오지 않고 소식 한 통이 없어 가족 모두가 전쟁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쟁으로 발생한 여러 상황들이 남은 가족들의 삶도 피폐하게 만들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안겼다. 건널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현재의 서로에게도 관심이나 애정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은 가족들 간의 친밀감마저 증발시켰다.

그들에게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필요했다. 지난 아픔을 잊을 수 없지만 그것으로 인해 현재 가족의 상황을 건조하게 만들어선 안 되었다.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편견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가 절실했지만 상흔이 그것을 막고 있었고 너무 오래 되어 쉽게 허물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잘못된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아픔 등으로 가족 간에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을 때가 있다. 닳아지는 살들의 가족과 같이 서로의 상처를 모른척하다 무관심하게 되고 서로의 상황에 부주의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불신하거나 회피하면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한다. 서로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해 앓으며 삶을 허탈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여러 번의 상봉 과정이 있었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들도 많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산가족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더욱 인식하고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으로 인해 남과 북은 분단되었으며 지금까지 휴전상태이다.

최근 탈북자단체에서 북한에 대북전단을 뿌리며 남과 북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대형풍선에 김정은의 독재체재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날려 보내 북한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불과 2년 전, 2018년 4월 27일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비핵화, 남북관계 획기적 개선 등을 선언하며 통일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게 무색할 정도이다.

현재 남·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군사적 위협과 경고, 압박 등으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한민족이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체제에 살며 문화, 경제 등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위해 후손을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해 평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많은 닳아지는 살들과 같은 이산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남·북이 서로 화해하며 친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세계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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