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대 노인 10여명 모여 원예작품 만들기
외로움, 무료함 잊고 삶의 활력 되찾아
“이런 기회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고 행복해”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항상 무언가를 듣고 무언가를 생각하며 배우자”
광양읍 신흥마을회관이자 경로정 한가운데 액자로 걸려있는 문구다.
광양읍 신흥마을은 우리 지역에서도 가장 오래된 자연부락 중 한 곳이다. 많은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 이곳을 떠났지만 스무명 남짓한 어르신들은 아직도 고향 마을을 지키며 70~80년째 한가족처럼 매일, 매순간을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하고 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경로당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잠도 자며 노년의 고독함과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다 누구라도 찾아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는 어르신들을 위해, 광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관계자들은 마을공동체을 통해 다양한 체험으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정회기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은 “어르신들끼리 지내는 동네다 보니, 자발적으로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드렸다”며 “어르신들이 여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체험프로그램을 권유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히셔서 ‘이레저레 반갑네’라는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2020년 전남도 씨앗 단계에 선정된 후 어르신들은 부푼 마음으로 사업 시작을 고대했건만, 갑작스레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로정이 문을 닫아 많이 실망했다고 한다.
외롭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어르신들은 지난 6월 초 시작된 첫 수업에서의 감회를 떠올리며 상기된 목소리로 자랑을 늘어놨다.

“빼꼬시, 양철이, 노랭이! 내가 만든 부채 예쁘제? 다음 시간부터는 우리가 만든 작품들을 경로당 벽에 좀 붙여서 사람들 올 때마다 자랑해야것어.”
서로가 서로를 이름보다 별명으로 부르는 게 익숙한 이곳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서로의 이름을 불러보며 만든 명찰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은자(85)씨는 “첫 수업 때 명찰하고 부채를 만들었는데, 할매들이 다들 얼매나 이삐게 만들었는지 모른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우울해서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는데 선생님이 찾아와 재밌는 시간도 보내고 이야기 동무도 해주고 간식도 나눠먹으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신흥마을 경로정에서는 이번 사업으로 오는 11월까지 매월 2차례씩 압화 소품 만들기, 다육식물, 공기정화식물 키우기, 테이블야자 수경재배, 허브화분 심기, 보존화와 디퓨저 만들기 등 다양한 원예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육 프로그램 일정이 마무리 되면 올 11월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작품 전시회와 평가회도 가질 예정이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소영아 선생님은 “식물에 대한 설명과 관리법을 배우고 차를 나눠마시면서 어르신들의 지식충족에 대한 욕구도 채우고, 소근육 활동을 통해 치매 예방 효과도 얻으실 수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셨던 어르신들게 정서적 안정감과 자신감, 자존감을 향상시켜드리고, 혼자가 아닌 마을 주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높여드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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