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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뒤지며 땀에 젖고 악취에 숨 막히고”생활쓰레기 무단투기 단속현장을 가다
윤별 기자  |  star26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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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5  20: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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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과 뒤엉킨 생활쓰레기 뒤져 투기자 흔적 찾아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담당자 한 명…업무 과중의지
할 곳은 시민의식…규정에 맞게 쓰레기 배출


어제 내린 비로 인해 대기 중 습도가 60%에 달하는 덥고 후덥지근한 오전. 광양시청 환경미화팀이 마동의 한 전봇대 아래 멈춰섰다. 생활쓰레기를 무단투기해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발생해 이 지점을 중심으로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을 펼치기 위해서다.

환경미화팀이 비닐장갑을 끼고 전봇대 아래 무단투기 된 파란색 김장비닐 봉지를 뜯자 음식물을 담았던 비닐들, 나무젓가락, 수박껍질, 지저분한 화장지 뭉치들이 쏟아져 나오고, 빗물과 섞인 음식물 오수는 쓰레기 봉지 아래 흥건히 흘러나와 마스크 착용과 만성 비염으로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코를 찌르는 냄새와 펼쳐진 쓰레기더미에 움찔하는 사이, 환경미화팀은 담담하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무단투기 된 쓰레기 봉지를 하나씩 펼쳐보며 무단투기자의 흔적을 찾았다. 누가 버렸는지도 모르는 온갖 생활쓰레기를 뒤져가며 흔적을 찾아야 하는 일은 실로 놀라운 사명감과 엄청난 비위를 갖추지 않고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중노동에 가까운 일이었다.

온갖 음식물이 부패 돼 풍기는 역겨운 냄새와 들끓는 구더기, 얼굴에 들러붙는 파리떼와 육안으로 확인하는 온갖 더러운 생활쓰레기 속에서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매출전표, 판매자용 영수증, 택배배송지가 적힌 종이, 업체에서 버린 상호에 관한 무단투기자의 흔적들이었다. 판매자용 영수증이나 상호에 관한 내용이 중복되면 같은 사업장으로 분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며, 그 밖에도 개인 신상이나 주소가 적힌 내용이 발견되면 조회 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추적 가능한 단서를 모두 없애고 무단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10개의 무단투기 쓰레기봉지를 확인했을 때 증거가 나오는 경우는 고작 1개 정도였다. 환경미화팀이 쭈그려 앉아 쓰레기를 하나씩 확인하고 최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려는 이유다.

유흥가와 원룸촌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배달음식 비닐봉지에 먹다 남은 치킨과 무, 종이 따위를 마구 넣어 버렸는데, 무단투기자가 외국인으로 의심되는 정황이었다. 증거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적발 대상자가 외국인이면 문제는 난감해진다. 외국인은 현재 우리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벗어나 무단투기를 해도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에 나선 환경미화팀원은 “시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발하는지 알게되면 규격봉투에 넣어서 버려야겠다는 생각보다 ‘저런 흔적을 빼고 버리면 어차피 단속을 못하겠구나’하는 식으로 악용될까 봐 그것도 걱정”이라며 “주택가나 원룸, 상가 밀집 지역 중 무단투기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은 바로 위에 무단투기에 관한 신고포상금 프랭카드가 걸려있고, 폐가구에 수거거부 스티커를 붙여놓는 등 온갖 행정 조치를 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비지땀을 흘려가며 한 블록씩 생활쓰레기 배출 현장을 둘러보는 중, 가게 입구에서 환경미화팀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년의 여성이 근처 전봇대 아래 무단투기 된 생활쓰레기 3개를 뜯으려는 공무원들을 막아서며 갑자기 횡설수설했다.

“오늘 우리 가게에 새로운 직원이 뭘 잘 모르고 봉지를 여기다 가져다 놨는가 보다”며 작은 체구의 여성은 커다란 무단투기 쓰레기봉지 3개를 허겁지겁 자신의 가게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막아 서는 환경미화팀과 옥신각신 끝에 규격 봉투에 현장 쓰레기를 담고, 결국 절대 무단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벌금 내용을 공지하고 계도 조치했다.

이날 환경미화팀 4명이 오전 시간을 할애해 무단투기된 생활쓰레기 현장을 둘러본 곳은 20여 군데로 직접 봉지를 뜯어서 내용물을 하나씩 확인한 것만 30여 봉지가 넘는다. 그러나 평상시는 이렇게 여러 곳을 돌며 많은 개수의 무단투기 확인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환경미화팀의 설명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달부터 광양시가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집중단속기간으로 정하고 환경미화팀원이 함께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특별단속 기간이 아닌 경우 생활쓰레기 무단투기에 관한 업무 담당자 한 명이 온갖 민원과 단속 업무까지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쓰레기 무단투기에 관한 신고 전화부터 과태료 부과에 대한 화풀이성 항의 전화, 음식물쓰레기 칩 관련 문의 전화, 일반 상점에서 판매용 종량제봉투가 떨어졌으니 가져다 달라는 내용, 자동상차용기 설치 문의와 필요 없으니 치워달라는 민원 등 내용과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하루 평균 50여 통에 가까운 민원 전화와 내방하는 민원인 상담과 서류 업무, 현장 무단투기 단속까지 환경미화팀과 담당자의 업무 과중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광양시가 ‘자원순환과’ 신설을 제안한 조직개편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 제고와 환경 관련 업무에 더 집중하기 위한 ‘자원순환과’ 신설이 부결됨에 따라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근절을 위한 노력은 상당기간 현재와 같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제 의지할 곳은 시민의식이다.
광양시의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단속만으로는 지역 곳곳의 환경을 청결히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종량제봉투 사용과 대형폐기물스티커 부착, 재활용품 분리배출, 일몰 후부터 새벽 5시 이전에 쓰레기 배출 등 무단투기 근절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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