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 권역 활동중인 지구촌문화공동체의 자매공동체로 상부상조
광영·금호·태인동 다문화아동에 종이접기, 공예 및 외국어 강좌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조직으로, 그들 간의 연대와 화합이 있을 때 지역 발전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원활하게 운영 중인 마을공동체의 모델을 따라 옆 마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전파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을공동체의 역할은 충분하다 할 것이다.

올해 전남도 마을공동체 사업 씨앗단계에 선정된 ‘위드지구촌’은 지난해 전남도 마을공동체 씨앗단계 사업을 진행한 중마동의 ‘지구촌문화공동체’의 자매공동체다. ‘지구촌문화공동체’는 지난해 모범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하고 올해는 ‘새싹단계’로 한 단계 발전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잘 자란 형님 밑에 잘 배운 동생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 두 마을공동체의 연대는 깊다.

‘위드공동체’는 지난해 중마권역 다문화 아동들을 상대로 요리, 종이접기, 외국어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지구촌문화공동체’의 프로그램을 적용해, 광영‧금호‧태인동 다문화 아동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위드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권경숙 대표는 “지난해 지구촌문화공동체 활동을 보고, 광영‧금호‧태인동 다문화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위드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지구촌문화공동체의 김광애 대표 등 먼저 활동한 선생님들의 조언이 컸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김광애 대표가 먼저 시작했지만, 김 대표가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다문화 이주 여성’들의 한국어 강사로 활동 중인 권경숙 대표의 힘이 컸다.

권경숙 대표는 당초 ‘지구촌마을공동체’를 자신의 제자인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언어 및 행정 관련 업무 지원 등 적극적인 조력자로 나섰다. 그렇게 ‘지구촌마을공동체’가 탄생했고, 1년간 모범적으로 운영했다는 평을 받은 후, 또다른 지역에 해당 모델을 접목시키게 된 셈이다.

위드지구촌은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시~4시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 15명을 대상으로 종이접기, 비즈공예 및 외국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구촌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자격증을 획득한 중마권역 아이들이, 강사로 나서 자신들보다 어린 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년 새 훌쩍 자란 선배들은 자신들이 돌아가며 수업 준비도 하고 강의를 이끌어 가면서 발표력과 적극성이 강해지고, ‘선생님’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한다고. 비슷한 상황의 선배들이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신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본 후배 아이들은 그들을 동경하며 또래집단 간 강한 결속력 아래 서로 믿고 의지하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전달받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노력을 1365 봉사점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두 공동체는 장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규모도 작아지고 늦게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처음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권 대표는 “아이들에게 강의를 맡기면 산만하지 않을까 다소 걱정도 됐지만, 선생님이 수업을 주도하는 방식과 달리 아이들이 스스로 수업과정을 짜고 운영하다보니 자발적으로 목표를 찾고 삶의 방향설정도 한다”며 “삶과 시간 계획의 주도권을 갖고 당차게 해쳐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예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양한 국적의 부모를 둔 아동들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엄마들이 모국어로 숫자를 세어보는데, 한 자리에서 7개 국어를 접할 수 있더라”며 “종이접기나 공예활동으로 친밀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넓은 강의 공간은 권경숙 대표가 무상 지원하고 있다.

언니 격인 ‘지구촌문화공동체’는 아이들의 성장에 발맞춰 올해부터는 사춘기 자녀 상담과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광애 대표는 “마을공동체 2년 활동을 기반으로 아이들 스스로에게 책자를 만들어 보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마을학교 활동이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마을학교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문화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식당, 서비스업 외에 다양한 직업군을 모색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위즈공동체의 성공을 토대로 내년에는 광양읍권역에도 비슷한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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