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근 광양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SE프로

▲ 한봉근 광양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SE프로

광양은 이제 나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본디 광주가 고향인 내가 순천, 광양에 둥지를 트게 된 것은 (주)전남도시가스 경영지원본부장과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되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근무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사가 순천에 있었던 관계로 그 당시에도 광양을 찾았던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섬진강 마라톤대회에 전 직원과 함께 참가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던 내가 퇴직 후 5년이 지난 지난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라는 화두(話頭)를 안고 광양을 정확하게는 광양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를 찾아왔다. 일 주일에 한 번씩 1박 2일로 광양을 왔다 갔는데 이번 주가 42번째 길이다. 광영동 광영빌딩 7층에 자리 잡은 광양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이인수 센터장과 김소현 매니저가 그저 소꿉장난하듯이 오붓하게 꾸려가는 광양시 사회적경제의 요람(搖籃)이다.

퇴직 후 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 졸업논문을 쓰면서 사회적경제를 뒤늦게 접하게 된 나는 34년간의 회사생활 즉 시장경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 대척점(對蹠點)에 있는 사회적경제에 뛰어드는 것도 제2의 인생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SE프로 지원사업에 응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요즘 부쩍이나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여러 가지 정의나 개념으로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지만 제3자에게 쉽게 설명하거나, 생각나는 사회적기업을 떠올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는 것은 나 뿐일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는 우리 사회,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 즉 노동, 빈곤, 육아, 돌봄, 환경, 안전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형태는 상관없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자활기업 등등. 기업 활동의 목적이 이익보다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傍點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3요소가 조화롭게 잘 돌아가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3요소는 중앙(지방)정부, 사회적기업 그리고 시민인데 물론 광양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는 여기에서 이 3요소의 원활한 운용에 윤활유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대전에서 열린 제2회 사회적경제박람회의 슬로건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사회적경제’이며 이 정부는 사회적경제에 일자리 창출의 명분과 함께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상기 사회적경제의 여러 형태에서 보다시피 정부 각 부처가 저마다의 이름으로 사회적경제를 추진, 지원하는 것은 역할 분담 등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4년부터 여러 차례 발의 상태만 지속해 오던 사회적경제3법(사회적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 기본법, 사회적경제 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특별법)을 21대 국회에서는 통과시킨다는 여당의 결의는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사회적경제3법의 제정을 奇貨로 사회적경제가 보다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제도를 구비하게 되면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로 인하여 사회적기업들도 심사, 등록, 인증, 지원 등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디 그들의 기대에 부합되는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사회적 기업들도 보다 더 절박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획기적인 비즈니스모델의 구축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물론 광양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가 물심양면으로 찾아가서 지원할 것임을 약속하는 바이다.

사회적경제의 3요소 중 이제 시민에 대한 얘기를 할 차례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결국은 기업활동의 결과물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군가가 필요로 해야만 지속성장을 하여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선순환이 요구되는 것이 우리 사회적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궁극적이고 절실한 현실이다. 공공구매의 한도를 확대한다고 한들 그것이 매출액의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시민이, 우리 광양시민이 사회적경제를 오롯이 이해하고 동참하는 것만이 상생의 첫걸음이 아닐 수 없다. 이제까지는 소명의식을 지닌 몇몇 사회적기업가와 현장 활동가의 몫으로 남아있었던 사회적경제를 적극적으로 오픈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는 몇몇 독지가, 정책입안자의 것일 수 없으며,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 육아, 청소년, 노인, 빈곤, 안전, 환경, 다문화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이의 해결이 우리 모두의 참여가 없이 하늘에서 톡하고 떨어질 수는 없다. 사회적 문제가 없는 일상을, 기실(其實) 우리 모두가 때로는 신기루처럼, 때로는 박제화(剝製化)시켰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지 않겠는가?

더 쉽게 애기하자면 사회적경제는 이미 우리들의 마음 속에 이미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경제 의 최종적인 모습을 나는 한 지붕 세 가족이고,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이고, 동백꽃 필 무렵의 옹산 게장골목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그 동네는 밥 때가 되면 그냥 아무 집에나 들어가면 돼. 그럼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냥 숟가락 하나 더 놔줘. 그게 되게 당연한 동네거든. 온 동네가 무슨 가족 같애.-

Latte는 말인데, 우리 애들(지금 30세 초중반)이 어릴 때만 해도 복도식 아파트 현관문을 닫고 사는 집이 훨씬 적었으며,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애들과 이웃이 신기하듯 낯설지는 않았다. 불과 30년전 일이다. 내가 우선 집의 문을 열고 마음의 빗장을 열면서 사회적경제는 몇몇 분들의 고루(苦鬪) 에서 나의 우리의 문제가 되고 그날이 앞당겨 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회적경제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보이게 되어 앞다투어 구매하게 될 것이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모습으로 사회적경제에 참여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광양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는 무엇보다도 광양 시민들 의 문을 열기 위한 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학교 교육과정에도, 도서관 교육을 통해서 도, 필요하다면 아파트별 주민 설명회도 가질까 한다.

가족 간의 대화가 건조한 카톡으로 바뀌고, 혼밥, 혼술이 늘어나고, 볼링도 혼자 치는 세상이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 혼자가 편 하다고 선택해 놓고서는 외롭다는 생각과 함께... 친밀함 속의 새로운 고독을 얘기하는 요즘 세태를 분석한 MIT의 Sherry Turkle 교수가 지은 Alone, Together(번역서명;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일독을 권해 본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비대면 사회, 4차 산업혁명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것은 익숙함이 아니라 배려(配慮)와 연대(連帶)가 살아 숨쉬는, 사람 냄새나는 세상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 한다. ‘혼자(Alone)’를 택할 것인지 ‘함께(Together)’를 택할 것인지도 오롯이 우리 자신들의 몫이다. 함께를 선택할 때에 비로소 진정한 광양시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는 시작된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