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데 저수량 90% 돼서야 방류 시작

침수피해 원인으로 의심 집중 받는 물관리 실패

환경부, 댐관리 조사위 구성 피해 원인 조사 중

다압면과 구례, 곡성지역 등 섬진강 하류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홍수피해 주요 원인으로 댐 수위조절 실패가 지목되고 있다. 더구나 수자원공사가 집중호우 등으로 하류지역에 물바다가 된 상황에서 오히려 방류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돼 다시 한번 피해 주범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공개된 ‘주요시간대별 섬진강댐, 주암댐 방류량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폭우가 시작된 7일 오후 5시께부터 전북 임실 섬진강댐에서 초당 389톤을 섬진강으로 내려보냈다.
한 단계 높아진 홍수경보로 전환 된 같은 날 오후 8시 이후부턴 오히려 방류량을 초당 200톤가량을 더 늘려 초당 580톤을 방류했다. 순천 주암댐도 같은 시각 초당 229톤에서 100톤이 더 많은 319톤의 물을 쏟아냈다.

더구나 강우가 집중됐던 8일 오전 7시께 섬진강물이 불어나 구례읍 냉천리 일대와 5일시장이 침수가 된 상황인데도 수자원공사는 섬진댐의 물을 초당 1500여톤을 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시천 제방이 무너져 양정마을을 포함해 구례 읍내 일대가 모두 침수된 상황인 오전 11시 이후 섬진강댐에서 방류량을 최대치인 1800여톤으로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주암댐도 마찬가지로 8일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초당 634톤~744톤의 물을 방류했다. 하류지역 피해가 극심한 데도 이를 외면하고 외려 방류량을 크게 늘린 셈인데 피해주민들이 수자원공사의 책임을 강조하며 분노하고 있는 이유다.

섬진강댐과 주암댐 방류수는 곡성 압록에서 합류해 구례를 끼고 다압면과 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빠져나가는데 집중호우 중 두 곳 댐에서 이처럼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낼 경우 하류지역인 다압과 곡성, 구례, 하동지역에 이르기까지 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섬진강댐

당시 구례읍과 문척·간전·토지·마산면 17개리가 물에 잠기며 일대 주민 1천여명이 대피했고 구례군 1만3천 가구 중 1182가구가 물에 잠겼다. 요양병원과 주택 등에서 529명이 한때 고립되고 구례역 열차 운행도 일시 중단된 상태였다. 곡성과 하동 화개장터, 다압면 금천리와 섬진마을 인근도 침수로 쑥대밭이 됐다.

이후에도 섬진강 물이 범람해 하류지역이 침수되는 등 곳곳에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임에도 수자원공사는 섬진강댐과 주암댐 방류량을 최대치로 늘려 계속 방류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연일 계속된 장마와 기상청이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를 잇따라 예보한 상황에서 수자원공사가 충분히 홍수를 예상하고 사전에 수위를 낮추는 등 담수율 조절에 나섰더라면 피해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각 지자체와 피해주민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섬진강 하류지역 주민들의 안전이나 재산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노가 곳곳에서 들린다. 댐 운영 실패가 수해원인이라는 이유다. 특히 8일 오전 8시 기준 저수율이 90%가 돼서야 방류를 시작한 데다 집중호우마저 쏟아지면서 대규모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수자원공사는 언론브리핑을 열고 “섬진강댐 관리 매뉴얼을 지켰다”며 관련 책임을 애써 회피하고 있으나 정부의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댐 관리규정 상 ‘홍수조절이 필요한 댐 관리자는 본 댐에서 수문 방류를 하고자 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방류개시 3시간 전까지 방류시기, 방류량 및 방류에 따른 댐 하류의 수위상승 정도가 포함된 방류계획을 관계기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방류개시 약 3시간 전인 8일 오전 5시 8분께 구례군에 1천톤을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으나 방류량을 1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금 1800톤까지 늘리는 등 시시각각 방류량을 바꾸면서 지자체의 대응에 혼선을 빚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상청에서 댐 상류 지역에 호우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하거나 저수지 수위가 홍수기 제한수위 이상으로 상승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즉시 홍수 경계체제를 취해야 하나 섬진강댐 수위는 홍수에 대비하기보다는 평소 수위를 유지한 것이다.

섬진강댐은 매일 8시 기준, 6일 저수율이 74%, 7일 75%에서 8일 90%로 치솟자 뒤늦게 초당 1800여톤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500㎜ 이상 집중호우가 예보된 6일과 7일에 저수량을 74~75%보다 훨씬 낮춰야 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섬진강 지역의 집중호우에 앞서 중부지역의 피해가 심각했던 점을 고려했다면 집중호우 전 수위조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담수율을 고집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집중호우 시 댐 운영 관리 전반이 적정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조직해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댐 운영 관련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사전조사팀은 첫 회의를 열어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의 운영자료 확보 및 관계자 의견을 청취하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방류량, 방류시기와 기간, 방류통보 여부 등 댐의 운영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점검하고 조사과정에서 지자체, 주민대표 등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조사 결과에 따라 운영 관리상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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