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시립 용강 도서관에서 시민 교양 향상을 위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12강 중 1강을 들었다. 도서관의 소중한 뜻과 달리 코로나 탓인지 수강 시민들이 적어 관계자들의 노력이 안쓰러웠다.

차는 물론 군것질용 과자를 애써 안겨주며 우중에 참석함을 무척 감사하는 눈치다. 다른 도서관에서처럼 인문학에 대한 강의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항시 최고령인 나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는다.


젊은 참석자들이 지적 호기심으로 초롱초롱 눈망울을 반짝이며 강의에 몰입하는 모습과 강사들의 질문에 답하는 그 총명함과 식견의 풍부함에 세월감을 잠시 잊고 벅찬 감격을 경험한다.

첫 강의에서 경청한 것은 요즘 코로나로 익숙해진 팬데믹(pandemic)의 고대 희랍어의 의미는
‘유행성 질환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페르시아전쟁에 맞서거나 심지어 축제나 신에 간청할 때 남녀노소는 물론 거류민이나 체류 외국인까지 모두 함께 참여하여 난국을 극복하고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하나 된 군중‘을 의미하며 차별없는 적극적인 참여의 능동적인 힘은 유럽 사상과 지혜의 중심을 이루었고 세계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코로나 사태와 오랜 장마로 인한 국민적 공허함을 치유하고 코로나 이후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범국민 책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한다. 독서는 언어와 언어가 인식하는 사유와 상상의 영역을 넓히며, 보고 배운 것을 연결하고 다듬어 연상능력과 공감 능력을 높여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게 하고 어휘의 풍요는 품성을 여유롭게 해준다.

일부 출판사들은 정부 3차 추경 안으로 전 국민에게 종이책 보급사업을 추진하도록 건의했고,
포스코 건설은 직원들에게 도서구입지원비를 작년보다 배로 올려 6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한다.

부산광역시 교육청은 학생들 입학 축하 의미로 초등학생에게는 1만 원, 중고생들에게는 1만5
천원의 도서 구입비를 지역 소재 서점에서 구매를 조건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노년을 슬기롭고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 또한 공부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최근 독서와 TV
여행 프로를 보며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세계의 다양성 속에서 그 다름의 구색과 조화의 아름다움, 개개의 소중한 존재 의미를 인식하는 즐거움이다.


금차 강의 주제인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그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강의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급속이 확산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그도 아니면 마침내는 내 편과 네 편으로 편 가르기도 하며 반목과 질시, 차별과 갑질이 난무하는 것은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소홀이 한 연유에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 수는 4만5천개 이하로 추정하지만, 환경 등에 의한 후성유전의 놀라운 상호작
용으로 남녀 한 쌍이 낳을 수 있는 서로 다른 형질의 아이 수가 무려 70조에 이른다고 한다. 자연의 신비와 인류의 발전은 다양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켄타우리는 보이저2호 우주선으로 서둘러가도 2만 년쯤 걸리는 4.2광년 거리에 있다 하니 우리는 지구를 아끼고 서로 도와 가며 살아야 할 숙명임을 항시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에서 주인공들이 외계의 침입자들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그토록 찾았던 제5원소는 다름 아닌 ‘사랑’ 이었다 이야기한다.

공부를 즐기고 젊은이들과 벗하는 나는 노년의 무료를 모르며 산다. 아침마다 실천하는 스트레칭과 이틀마다 갖는 산행은 인내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꾸준함이 주는 놀라운 체험을 안겨준다. 고됨을 참고 능선을 오른 뒤 경험하는 그 환희를 요즘 젊은이들이 인내를 통해 경험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리스가 유럽의 정신세계의 중심이 된 것은 시 등 문학을 꽃피운 덕이고, 중국의 종이·화약·
나침판·인쇄술 등 세계 4대 발명품은 수많은 사상의 백가쟁명이라는 뿌리가 있기 때문이며 프랑스 대혁명은 노동자들의 독서에서 출발했다는 말이 있다.

반면 이번에 수도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서의 폭발로 100명 이상의 사망자와 4천여 명의 부상자, 17조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레바논은 알파벳을 만든 찬란한 페니키아 문명의 발
원지로 지혜와 축복의 땅이었다. 무엇이 그곳을 아비규환의 땅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레바논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각 종파의 대립으로 극도의 대립과 갈등의 구조였다 한다. 재난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는 우리의 자존과 미래에 관한문제이다.

장기간의 코로나에다 유례없는 장마까지 겹치며 본의 아니게 짜증과 불만이 넘치고 있다. 이런때일수록 공부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시립 도서관들은 좋은 책과 시민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삶의 소중한 변화의 기회를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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